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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주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박해로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무속신앙과 호러의 결합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서사를 풀어낸 박해로 작가의 신작 ‘섭주’의 주인공은 뱀이다. 뱀은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취하도록 유혹한 사탄의 대명사이며, 기이한 생김새와 섭생으로 인해 – 일단 징그럽고 공포스럽다 - 기피해야하는 생물로 취급된다.
산 것만 먹고 사는 깔끔한 식습관과 일 년에 한 번씩 탈피를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용기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건드리지 않으면 다른 생명체를 물지 않는 대범함 또한 지니고 있다. 아울러, 우리 내 할머니들에게는 마루와 구들 위에 자리 잡고 앉아 집안의 재물을 지켜주는 업신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뱀은 두려움과 공포, 사탄과 업신 등 기피와 구복을 동시에 상징하는 특별한 생물이다.
섭주의 표지를 보면서 ‘뱀 머리에 더듬이가 있었나?’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뾰족한 머리로만 기억되는 살벌한 표정의 뱀이 더듬이와 함께 앞으로의 공포를 기대하라는 표정으로 각가지 색으로 무장한 채 얽혀 있다.
"사파왕의 장수가 된 다섯 종사관은 곳곳에서 사람들을 뱀의 공물로 바치다가 인간의 수명이 다하자 땅속에 몸을 숨겨 긴 잠을 잤어. 그들이 수면 중에 흘린 염파에 감응하는 자는 꿈속에서 그들을 보게 되고 홀리게 되지." (p. 435)
전과자 최영우는 출소 후 착실한 삶을 다짐하며 일거리를 찾아 다흥으로 내려오지만, 운명은 쉽사리 그를 범죄의 세계에서 놓아주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온 범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이 내려앉은 재물에 손을 대고, 그로 말미암아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에 시달린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방울소리와 그를 짓누르는 소머리탈은 무당집 – 무녀의 집이에서 그는 신과의 대화에 성공했다. 스마트폰이 와이파이 존에 들어선 꼴이었다(코믹한 한줄로 공포가 개그가 된 장면) - 으로 최영우를 이끈다. 그는 원인 모를 열병과 방울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차라리 자유가 없는 감옥으로 돌아가고 싶다.
한편, 섭주의 초등학교 교사 강서경. 그녀는 마치 그림자처럼 자신을 가꾸는 일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에도 무관심하다. 밟으면 밟히는 데로 나고 자라는 잡초처럼 자신의 삶을 무의미하게 살아낸다.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꿈을 쫓아 봉평마을을 찾은 서경. 그녀가 신물을 찾을 것인지, 신물이 그녀를 찾은 것인지... 역시나 운명처럼 오랜 세월을 담은 방울과 거울이 그녀의 손에 들어오고 이어진 원인 모를 열병. 그녀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누구일까... 마치, 그간의 무심한 짓밟힘에 답하는 듯하다.
" '나는 나라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나'로 살아본 적이 없 었어! 지금의 나도 분명 나란 말이야! 너가 아니라!' " (p.369)
변화된 서경을 쫓아 등장하는 무수한 뱀들. 서경의 잔인한 복수를 돕고 있는 무수한 뱀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뱀의 응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 직접 돌을 던지지 않아도 무심함을 가장한 무관심 조차도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연이은 사건현장은 그간의 일상을 반성하게 한다.
"세상사에 무지하고 사회활동에 미숙한 사람이라도 관심은 필요하다. 그 사람이 원하지 않을지라도 고난에 처한 사람을 홀로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햇살이지 그늘이 아니다. 그늘에 있는 사람에게 악은 접근하기가 쉽다. 특유의 어두운 색깔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p. 53)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