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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AI, 딥러닝, 챗봇, 메타버스,,,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새로운 그것(?)들이 등장하고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가상의 공간이 일상으로 파고든다. 새롭고 기대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다. 더더군다나 유래없이 길어진 코로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가상의 공간에 살고 있는 그들을 완벽하게 일상에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완벽함을 가장한, 프로그래밍에 의한 인격을 갖춘 로봇은 딥러닝을 통해 직관을 갖춘다는 이유로 이제껏 다뤄지는 로봇과는 다른 대우를 요구한다.
삑삑거리고 윙윙거리는 기계소음 속에서 깨어난 주인공 애비. 극심한 두통과 함께 사고의 기억이 돌아오고 함께 타고 있던 남편 팀과 아들 대니의 안전을 궁금해하고 있던 그때, 생면부지의 남자는 자신이 그녀의 남편 팀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그녀에게 애비는 5년전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으며, 그녀를 사랑한 팀은 과학의 힘을 빌어 그녀를 코봇(동반자 로봇)으로 다시 탄생시켰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한다. 사람이었던 애비의 기억이 업로드 될 것이며, 그 기억들이 모여 죽기전 애비와 같은 기억과 성격을 가진 코봇이라는 사실을.
"팀은 고개를 젓는다. '당신이 인공적이라는 말이야. 지능도 있고 의식도 있어······ 하지만 사람이 만들었지.'" (p.13)
'퉁' 애비는 작은 기억의 조각들이 모여 새로운 기억으로 쌓아가며 현실에 적해간다. 마치 팀과 대니의 가족이었던 애비의 자리를 채워가듯 아니 채워가고 있다는 거짓에 익숙해져 가는듯 하지만,,, 어느새 애비는 팀의 눈을 피해 자신이 만들어진 다른 이유를 찾고 있다. 애비가 죽은 것도, 자신이 만들어진 이유도 모두 거짓일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봉인된 애비의 기억은 시시각각 위험을 알리며 그녀가 팀의 시야에서 벗어나기를 종용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그런 남자들은 사랑하는 곳에서는 욕망할 수 없고 욕망하는 곳에서는 사랑할 수 없다. 이런 분열은 자녀가 태어난 뒤에는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그가 결혼한 여자는 더 이상 여자친구가 아니라 어머니이다. 그는 자신의 천한 욕망으로 그녀를 범하길 거부한다." (p.335)
사랑이기 보다는 집착에 가까운 팀의 행동과 시시각각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들... 속속 들어나는 팀의 부적절한 사생활. 이제는 궁금증을 넘어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진 이유를 찾아야 한다. 한편, 불순한 의도로 시작하긴 했지만 아이의 사소한 눈맞춤에 기뻐하며 아이의 진정한 행복을 찾기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폐를 앓고 있는 아들 대니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단지, 숨쉬고 있다는 이유로 인간다움을 말할 수 없는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누군가의 인간됨을 알아보는 진정한 시험은 대니 같은 사람을 얼마나 다정하게 대하느냐인지 모른다고 당신은 생각한다. 맹목적으로 그들을 고치거나 그들을 다른 사람들과 더 비슷하게 만들려고 하는지, 아니면 그들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세상을 그것에 맞추려고 하는지 말이다." (p.469)
남편으로도 유망한 스타트업의 대표로도 적합하지 않은 팀의 광기어린 집착과 승부욕은 애비의 두려움을 가중시키고,,, 팀의 주변 사람들은 어쩌면 자유로운 예술가 애비 보다는 프로그래밍된 코봇 애비가 그에게 더 어울리는 동반자라 여긴다. 팀은 그녀를 사랑하기는 했을까,,,
"솔직히, 저는 팀 스콧에게는 진짜 애비보다 당신이 훨씬 더 좋은 짝이라고 말하겠어요. 그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p.346)
애비를 '당신'이라 칭하는 화자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그녀의 혼란스러움과 예상하지 못하는 반전은 심리스릴러의 진수를 맛보게 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코봇 애비를 보며, 가면을 쓰고 친절을 가장한 채 다름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본성에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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