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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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알못인지라 캐딜락이 주는 무게감 - 왠지 캐딜락의 아우라를 똭 느끼고 읽기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 을 가늠하지 못해 아쉽다. 적당히, 회장님들 타시는 잘빠진 세단 정도를 상상하며 카지노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전당사들이 모여있는 강원도로 SF 느와르를 찾아 떠나본다. 오후~ 흑백의 대비인가 흰 캐딜락과 느와르,,, 복고풍 감성도 아니고 왜! 갑자기 주윤발과 장국영이 떠오르는 거냐구!!! 느와르 = 주윤발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좁은 감성대역이 어이없다. ㅜㅜ

내국인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카지노가 위치한 강원도 정선. 폐광 밀집지역의 생계를 위해 개장한 카지노는 그 곳의 생계를 책임져 주는 대신 인생역전, 한방을 꿈꾸며 이곳을 찾은 많은 이들을 인생 나락으로 몰아간다. 합법과 불법, 성공과 몰락, 과거와 미래, 평범함과 다름이 혼재되어 검은 아우라를 뿜어낸다. 우연히 맛본 한탕의 기쁨이 결국 인생을 나락으로 몰아가듯, 축복같은 능력은 결국 저주가 되어간다.

"평범함을 축복으로 받은 이들은 다른 세상을 알지 못한다. 텔레포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이 그들의 주위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그들이 한둘이 아니며 스스로를 게이트라 부르고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살아감을, 무엇보다 이 능력이 마지막에는 저주가 되어 그들의 삶을 끝낸다는 것을. 생은 축복이나 포트는 축복일 수도 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p.57)

기면증으로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할 수 없는 진은 정선에서 나고 자라, 긴 세월 마치 부자와 같은 인연으로 이어진 성사장의 캐딜락 전당사에서 일하고 있다. 무의식중에도 자신이 안전하다 여기는 곳은 이곳 밖에 없다는 듯, 매번 기억이 끊어질 때마다 깨어나는 곳은 성사장의 흰 캐딜락 안이다.

위태로운 평온함을 이어가던 진의 일상으로 다가오는 검은 욕망. 살기 위해 감춰야만 했던 능력을 이제 살기위해 꺼내야 한다. 진을 위해 그의 능력을 애써 봉인하고 있던 이들은 공간과 시간을 이동하는 게이트로서의 진의 능력을 깨우기 시작한다. 버릴 수 없는 게이트의 능력은 그들에게서 가족도, 행복도, 목숨도 빼앗아 가는 저주일뿐이다. 진은 스스로를 지키고 이들 또한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엄마란 게 롤러코스터니까. 제발로 기어가서 탔으면서 다 알아도 소리 지르게 되는 거야. 그런 인생을 살았으면서 그럴 줄 아니까 뜯어말리는 게 돼. 왜 그 인생이 재미있다고, 한번 살아보라고 툭 못 놓아주는지 나도 모르겠다." (p.288)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게이트들은 가족을,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위해 악랄해지고 단단해진다. 어떤 이유로도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들에게 연민이 닿는 이유이리라.

"배준은 혼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심경장을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바닷물에 뛰어들 것 같은 얼굴이었다. 선과 악이 뒤엉켜 슬픈 괴물이 되고만 그에게서도 지독한 고통이 느껴졌다." (p.230)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과 정선, 카지노, 전당포 등 생소하지 않은 소재들과 함께 전개된 한국형 SF 느와르라는 장르 때문인지 몰입감이 좋은 편이다. 다만, 인물간의 개연성은 충분하지만 정리가 되지 않는 느낀이랄까,,, 개인적으로 짧은 분량에 많은 관계를 담아내기에는 다소 산만하다는 생각에 살짝 아쉽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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