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책방
박래풍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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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두 분이 오신 이곳과 또다시 두 분의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곳 또한 같은 공간 안에 존재합니다. 몇백 년 아니 몇천 년의 시간도 그저 하나의 공간에 둘러싸여 있을 뿐입니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입니다!" (p.78)

한복과 상투 그리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표지. ‘16세기 조선에서 21세기 베스트셀러를 팔고 있다’는 판타지. 16세기나 21세기나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니 지금 재미있는 책은 그때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책장을 넘기기도 전부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되는 흥미로운 설정이다.

타입슬립은 워낙 자주 등장하는 소재지만 과거로 회귀한 이들이 책방을 만들고 미래에서 가져간 책을 팔기까지! 일단 신선하다. 대부분의 타임슬립은 역사의 흐름을 건드리지 않는 설정이지만, 조선책방에서 팔려나간 21세기 베스트셀러들은 16세기 조선시대 독자들에게 유의미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까 ^^;; 소설 속의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벌어졌다면 책의 힘을 빌려 지금보다는 조금 더 괜찮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지 않았을까 하는 객쩍은 생각도 해본다.

서울 대형서점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출판 대박’의 꿈을 꾸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선우는 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쫓기다시피 찾아온 춘천에서 강원문고의 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강원문고는 선우의 서점에 대한 애정을 씨앗으로 좁은 도시의 작은 서점이지만 서울의 대형서점 못지않은 탄탄한 콘텐츠를 채워가며 항상 문화공간이 부족한 춘천의 젊은 친구의 핫플레이스가 되어가고 있다.

"기억을 버려야만 앞을 볼 수 있다. 선택적 기억에 의해 감정은 재단되기 때문이다. 일상 안으로 틀어박힌 후회를 걷어내지 못한다면 다가올 내일 또한 어제와 같을 것이다. 여기 조선에서만큼은 과거의 선우는 잊어져 버렸다. 사라진 과거에 얽매일 필요 없이 새로운 것에 집중했다." (p. 270)

현실의 강원문고는 핫플로 만들었으니 다음은 조선책방이다! 자고로 타임슬립이란 '사고'라는 계기가 있어야 부드럽게 연결되는 법~ 강원도 군부대로 책을 납품하던 선우와 연희는 좁은 산길에서 사고를 당하고 '쿠우 쿵 쾅!' 그리고, 당황한 그들 앞에 등장한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복장의 낯선 사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과거로 회귀했지만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한 선우와 연희는 운명처럼 만난 승정원의 주사 어기남의 도움을 받게 되고, 무료한 시간을 미래에서 가져온 책들과 함께 흘려보낸다. 서책에 대한 애정이라면 선우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았던 기남은 미래의 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들은 기남을 위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조선시대의 한글로 필사하기에 이른다.

시대를 가리지 않는 그들의 책 사랑은 권력을 독점하고 싶은 많은 이들의 방해를 물리치고 당당하게 종로 한복판에 '조선책방'이라는 이름의 서점을 열어 성공시킨다. 16세기 조선에 등장한 21세기 베스트셀러와 미래의 마케팅이 결합된 성공이었지만,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 사건으로 이들이 전하고 싶었던 것은 미래에서 건너온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서사가 아닌,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힘없고 약한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는 정보를 원천 차단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에 맞선 용기 있는 저항이 아니었을까 싶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부분에 있다. 하지만, 부분은 전체를 볼 수 없고 전체는 부분을 볼 수 있다! 과거와 미래는 바뀔 수 없으나 반듯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p. 278)

주인공 선우를 닮은 듯한 언저리 덕후(?) 박래풍 작가의 소개 글처럼 글 곳곳에 서점과 책 사랑이 넘쳐난다. 아이들이 책과 익숙해져야 한다는 핑계로 다니던 도서관과 서점도 아이들이 다 크고 나서는 게으름에 못 이겨 거의 가지 않았었는데, 이번 주말에는 산책 삼아 동네 서점에라도 가봐야겠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조선책방#박래풍#북오션#회귀소설#역사판타지소설#한국소설#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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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삼킨 여자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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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아티스트(pickup artist) 특정 상대를 주요 타깃으로 하여 섹스나 금전적인 이득 혹에 그에 준하는 것을 얻으려고 하는 사기꾼들을 통틀어 지칭하는 단어. (네이버 나무위키)

한참 신조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지라 신조에 약한 편은 아닌데 몇 년 전에 유행했던 픽업아티스트라는 용어의 정의를 이번에 검색해 보고서야 알았다. 예술적인 의미가 누군가에 사기를 치기 위한 소양으로 빗대어진 ‘픽업 아티스트’. 아마도 이성을 대상으로 자신의 매력을 적극 활용해 사기행각을 벌이는 꽃뱀, 제비쯤을 이르는 말인듯하다. 아무튼. 배우자나 애인이 있음에도 제 발로 걸어들어가 사기를 당하는 바람둥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날로 진화하는 다양한 사기 방식을 보면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도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어이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소 몸집이 있지만 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신체와 남자들의 교묘한 심리를 이용해 로맨스 스캠으로 소액 사기를 일삼는 픽업아티스트 설희연. 그녀는 스스로 정한 기준, 여름 딱 두 달 동안 일해서 일 년 치의 월세를 마련하고 돈을 빌리기 위해 이성의 마음을 얻는 동안은 진심을 다하지만 절대 몸을 내어주지는 않고 돈을 빌린 후에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 되돌아보면 사기를 당한 건 맞지만 신고하기에는 애매한 방법으로 오랜 시간 거리의 픽업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서두르면 안 돼. 우리가 줄다리기를 잘해야 해. 그리고 이제 부모도 그만 미워해. 이렇게 만든 토대지만 결국 선택은 우리가 한 거야. 대신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아남아. 그러니까 미운 엄마도 잊고, 누구도 믿지 마. 나만 믿어. 희연이 너 뒤에 내가 있어. 남자들에게는 우리가 믿는다는 신념을 심어줘야 해. 그래야 안도하고 잠시나마 우리에게 평온을 느끼게 돼. 돈값을 해줘야 한다는 거야. 우리가 하는 이 일도 결국은." (p.110)

한편, 현장감을 갖춘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해 송파서로 파견된 아람과 아람의 그녀의 사수 선익은 소액 사기범으로 신고된 희연을 쫓고 있다. 범죄자의 심리를 파헤쳐 수사 단서를 잡아내는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적 영향일까,,, 픽업아티스트 희연을 구제할 수 없는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아가는 사수 선익과 달리 아람은 살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픽업아티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던 희연의 어린 시절을 마주하며 짙은 연민에 빠진다.

"세상과 타협하고 화해하고 싶었다. 아픔을 줬지만 이겨낼 수 있다. 바닷바람에도 끄떡없이 다시 세워지는 사구처럼 그리고 파도에도 버티는 나무들처럼 버틸 수 있다. 새 신의 모 래를 털고 버스를 기다렸다." (p. 323)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희연의 흔적을 쫓던 중, 경찰시험에 합격하고 임용을 기다리던 경찰 지망생 김동민이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고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처럼 모든 정황은 신고하기에도 애매한 좀스러운 사기꾼 희연을 살범인으로 가리키고 있다. 단지, 자신의 작은 몸을 누일 수 있는 방 한 칸의 월세를 마련하려던 로맨스 스캠 사기범이 한순간에 경찰 지망생을 살해한 살인 용의자가 되어 가족과 같은 후배를 잃은 사실에 분노하는 경찰의 적이 버렸다. 한 사람이, 그것도 지금까지 작은 사기 사건을 이어가던 여자가 너무나 다른 사건의 용의자가 되었다. 소액 사기와 특수 살인, 아람과 선익은 두 사건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인가,,, 픽업아티스트 설희연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

살인범일지도 모르는 소액 사기범 희연에게 느껴지는 연민. 처한 환경이 어렵다고 모두가 범죄자가 되지는 않지만,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최소한의 일탈을 무작정 나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희연의 흔적을 쫓는 과정 속에서 대립되는 아람과 선익의 시선은 프로파일러와 수사관이라기보다는 남자와 여자로 대립하며, 서로 다른 시각으로 희연을 바라본다.

"심리학에 관계 중독이라는 게 있어요. 트라우마나 학대 경험을 겪은 사람은 타인에게 의존성이 강하죠. 그루밍 범죄자들은 귀신같이 이런 사람들을 찾아내 타깃으로 삼고요." (p.97)

설희연을 중심으로 이어지던 두 사건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짠" 하고 들어내며 마무리된다. 긴장감 넘치는 범죄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차가운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이 최소한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 희연과 같지 않기를 다시 한번 희망해 본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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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마우스, 꿈은 네 곁에 있어 - 오늘도 행복을 꿈꾸는 당신에게
미키 마우스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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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탄생한 월트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이자 멀지 않은 미래에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게 될 미키는 세대, 국경을 초월한 만인의 친구 – 대부분 인정하는,,,, 아마도 - 다. 긍정적 에너지를 풀 장착한 정의감 넘치는 재간둥이 미키는 미니를 비롯한 도널드, 루이, 구피, 플루토 등 여러 친구들과 함께 세상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이번에 읽은 ‘미키 마우스, 금은 네 곁에 있어’는 미키 마우스의 인생 조언이 담긴 그림 에세이다. 도전과 긍정의 아이콘 미키와 가장 현실적인 심리학자로 알려진 알프레드 아들러가 함께 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친근한 미키와 친구들이 담긴 일러 덕분에 짧은 위로의 글들을 읽지 않고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다.

아들러의 철학을 미키의 언어로 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듯 저자의 이름은 너무도 당연하게 ‘미키 마우스’다 잠깐 저자의 이름을 보고 갸우뚱하게 된다. ‘오호~ 저자가 미키라는 말이지?! 완전 신선한데~’ 미키는 지금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쭉,,, 오랜 시간 변함없는 친구 남아준 그가 전하고 싶은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귀염둥이 친구들과 함께 소개되는 짧은 글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독이게 한다. 그림책처럼 넘어가는 페이지와 그 안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들. 치열하게 도전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어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가 담겨 있다.

일전에 한 자기개발서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혹시나 나를 훔쳐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어설픈 두려움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다움’을 포기하는지,,, 미키 가라사대 ‘내 인생을 개척할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인생을 타인의 시선 때문에 포기하지는 말자’라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본다. 물론, 나 자신의 잣대가 담긴 시선을 타인에게 전하는 것 또한 금물!

미키와 그의 친구들이 건네는 환한 미소와 공감과 위로의 문장은 어느새 다른 이들과 함께 싶은 문장이 되어, 한 장 한 장 순서대로 책장을 넘겨도, 손이 닿는 데로 한 움큼 넘겨도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시끌벅적한 디즈니에서 친근한 친구들과 함께 편안한 파자마파티를 끝낸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이었다.

움직이는 생동감 있는 캐릭터 보다는 각종 굿즈의 캐릭터로만 만나봐서 미키에 대한 애정이 나 보다는 덜할지도(?) 모르지만,,, 스스로의 미래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는, 아직은 안개가 자욱한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아이에게 위로를 담아 건네고 싶은 따뜻한 책이었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미키마우스꿈은네곁에있어#미키마우스#알에이치코리아#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그림에세이#위로에세이#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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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가족 - 비혼 싱글맘의 공동육아기
가노 쓰치 지음, 박소영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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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개글을 신중하게 읽지 않았던탓에 여러가지 가족 형태를 다룬 가벼운 소설이라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살짝 당황, 색다른 형태의 전개에 또 한번 고개를 갸우뚱 두어번쯤 책을 들었나 놨다하면서 읽기를 끝마쳤다.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같은 동네, 심지어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동에 살더라도 낯선이에게는 눈맞춤 조차 하지 않도록 가르쳐야하는 작금 실정에 맞지 않는 문장일지도 모르지만 엄마, 아빠만으로 아이를 온전히 키워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진리를 알려주는 문장일게다.

침몰가족는 '공동육아'라는 도전적 실험을 실행에 옮긴 비혼 싱글맘 저자 가노 쓰치의 엄마 가노 호코의 한발 앞선 무모하지만 용감했던 공동육아기다. 아이와의 관계, 육아에 참여를 원하는 -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 낯선 어른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아이가 가족과의 관계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자라고 엄마 또한 공동육아에서 주어진 시간을 활용해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히 공간을 쉐어하는 쉐어하우스의 형태가 아닌 느슨한 관계속에서 서로를 돕고 그 안에서 각자의 행복을 추구한다. 아이를 함께 돌보지만, 아이가 있는 공간에서 허용되는 흡연과 음주... 정돈되지 않은 환경 하지만 아이는 그곳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 단단해져 간다.

침몰하우스를 이끌어 가는 엄마와 침몰하우스의 매개로 자란 청년 쓰치. 대학졸업과제를 위해 어릴적 그가 자랐던 침몰하우스를 되돌아 보고, 그를 위해 작은 시간을 허락했던 많은 이들을 다시 만난다. 생물학적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야마'씨라 부르며 친구같은 관계를 유지한다. 물론, 사이가 좋지 않은 엄마와 아빠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다양한 관계속에서 스스로 터득한 생존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공동육아'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관계에 서툰 현대인들이 낯선이들과의 느슨한 관계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모습 또한 저자가 하고 싶은 또 다른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우연히 모여, 특별한 노력을 더하지는 않지만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내는 관계를 지향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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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화해 (리커버) - 상처받은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용기
오은영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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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를 즐겨보는 편이다. 이미 아이들이 성년의 나이에 이른지라 ‘육아’의 관점에서보다는 ‘관계’의 관점에 집중하게 된다. 지금 나의 성격의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어릴 적 나의 경험과 서툰 육아를 하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저질렀을 지도 모르는 만행(?)을 되짚어 보게 된다.


나는 베이비부머의 경계를 살짝 벗어나, 세대갈등의 시작을 알렸던 X세대, 70년생이다. 요즘 기성세대와 MZ 세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대표적인 낀세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시절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리 풍족하지 못한 생활여건 속에서 자란 맏딸이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울컥울컥하게 된다. 왜 그때는 엄마한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을까,,, 워낙 어려웠던지라 엄마의 절대적인 군림에 굴복했던 게 아닐까 싶다. 다만, 엄마가 삼남매에게 동일한 요구를 하셨더라면 이렇게 서럽지는 않았을 텐데,,,


맏딸, 말이 좋아 살림 밑천이지 엄마의 합법적인 가사노동 보조였으며, 어설픈 애보기였다. 그때는 잘못됐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엄마는 내게 너무 가혹했다. 아래 동생들이라고 해봤지 나보다 한 살, 네 살이 어릴 뿐이었는데 말이다. 여전히 마음 한편에 응어리가 남았지만 오은영 박사의 화해를 읽으면서 천천히 마음의 응어리를 허물어 본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완벽한 부모도 불가능해요. 그런 부모는 어디에도 없어요. 부모는 본능적으로 자식을 사랑하지만, 목숨을 바칠 만큼 엄청나게 사랑하지만, 그래서 결국은 자식에게 어떤 식으로 든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9)


“매일 잠들기 전, 나를 용서하세요. 상처의 시작은 ‘나’ 때문이 아니었어요.”

부모와 자녀의 절대적인 관계,,, 아이를 키우면서 절대 엄마처럼 아이를 키우지 말아야지 하곤 했었는데, 뒤돌아보면 나 또한 아이에게 엄마처럼 많은 상처를 주고 있었다. 워킹맘이라 워낙 시간에 쫓기는 일상이었지만 아이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서두름, 아이의 의사를 묻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 훈육을 이유로 행했던 체벌, 주걱 맴매라 부르며 과하지 않은 체벌이었지만 뒤돌아 보니 분명 상처를 주는 체벌이었을 게다.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를 훈육하기 전 나(부모)의 행동을 뒤돌아 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분명 나의 행동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어 나의 훈육을 유발하는 악순환의 시작이 되었을 것이다. 악의적인 감정이 아닐지라도 - 내가 어렸을 적 엄마에게 상처를 받았던 것처럼 - 나의 많은 행동들이 아이에게 상흔을 남겼을 것이다.


"부모는 육아의 '해야 한다'에 치여서, 아이를 사랑할 틈이 없습니다. '해야 한다'에 몰두하다가 정작 '아이'를 놓칩니다. 성인들은 자신 주변에 쏟아지는 일상의 '해야 한다'에 치여서 자신을 사랑할 틈이 없습니다. 해야 한다'에 몰두하다가 정작 '나'를 놓칩니다." (p.124)


작은 아이가 고3이었을 때, 전생에 생명의 은인을 자식으로 낳아 은혜를 갚는다는 농담이 절로 믿길 만큼 나를 힘들게 했었다. 야단도 쳐보고, 달래 보기도 하면서 아기였을 때 내가 나눠준 사랑이 부족해서 아이가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한건 아닐까 하고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본능적으로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는 존재... 많은 생각을 남기는 한 줄이 아닐 수 없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내담자들의 사연이 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감성을 자극한다. ‘나’를 돌보기보다는 ‘타인’을 돌보는데 집중했기 때문에 나의 상처를 돌아보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게 쌓인 작은 상처들이 어느새 세상과의 단절을 만들었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라도 내일을 잘 살아가기 위해 오늘의 나를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내본다.


"용서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차원적인 가치지요. 하지만 강요 할 수는 없습니다. 용서를 하고 안 하고는 그 사람의 마음이에요. 그 사람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해도 마찬가지예요. 내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누구도 나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요. 부모를 이해하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부모가 준 상처들은 영영 아물지 못할지도 몰라요. 이해가 안 되면 안 되는 채로, 용서가 안 되면 안 되는 채로 있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살아도 괜찮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감정에 대한 존중입니다." (p.47)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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