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화해 (리커버) - 상처받은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용기
오은영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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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를 즐겨보는 편이다. 이미 아이들이 성년의 나이에 이른지라 ‘육아’의 관점에서보다는 ‘관계’의 관점에 집중하게 된다. 지금 나의 성격의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어릴 적 나의 경험과 서툰 육아를 하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저질렀을 지도 모르는 만행(?)을 되짚어 보게 된다.


나는 베이비부머의 경계를 살짝 벗어나, 세대갈등의 시작을 알렸던 X세대, 70년생이다. 요즘 기성세대와 MZ 세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대표적인 낀세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시절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리 풍족하지 못한 생활여건 속에서 자란 맏딸이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울컥울컥하게 된다. 왜 그때는 엄마한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을까,,, 워낙 어려웠던지라 엄마의 절대적인 군림에 굴복했던 게 아닐까 싶다. 다만, 엄마가 삼남매에게 동일한 요구를 하셨더라면 이렇게 서럽지는 않았을 텐데,,,


맏딸, 말이 좋아 살림 밑천이지 엄마의 합법적인 가사노동 보조였으며, 어설픈 애보기였다. 그때는 잘못됐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엄마는 내게 너무 가혹했다. 아래 동생들이라고 해봤지 나보다 한 살, 네 살이 어릴 뿐이었는데 말이다. 여전히 마음 한편에 응어리가 남았지만 오은영 박사의 화해를 읽으면서 천천히 마음의 응어리를 허물어 본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완벽한 부모도 불가능해요. 그런 부모는 어디에도 없어요. 부모는 본능적으로 자식을 사랑하지만, 목숨을 바칠 만큼 엄청나게 사랑하지만, 그래서 결국은 자식에게 어떤 식으로 든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9)


“매일 잠들기 전, 나를 용서하세요. 상처의 시작은 ‘나’ 때문이 아니었어요.”

부모와 자녀의 절대적인 관계,,, 아이를 키우면서 절대 엄마처럼 아이를 키우지 말아야지 하곤 했었는데, 뒤돌아보면 나 또한 아이에게 엄마처럼 많은 상처를 주고 있었다. 워킹맘이라 워낙 시간에 쫓기는 일상이었지만 아이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서두름, 아이의 의사를 묻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 훈육을 이유로 행했던 체벌, 주걱 맴매라 부르며 과하지 않은 체벌이었지만 뒤돌아 보니 분명 상처를 주는 체벌이었을 게다.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를 훈육하기 전 나(부모)의 행동을 뒤돌아 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분명 나의 행동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어 나의 훈육을 유발하는 악순환의 시작이 되었을 것이다. 악의적인 감정이 아닐지라도 - 내가 어렸을 적 엄마에게 상처를 받았던 것처럼 - 나의 많은 행동들이 아이에게 상흔을 남겼을 것이다.


"부모는 육아의 '해야 한다'에 치여서, 아이를 사랑할 틈이 없습니다. '해야 한다'에 몰두하다가 정작 '아이'를 놓칩니다. 성인들은 자신 주변에 쏟아지는 일상의 '해야 한다'에 치여서 자신을 사랑할 틈이 없습니다. 해야 한다'에 몰두하다가 정작 '나'를 놓칩니다." (p.124)


작은 아이가 고3이었을 때, 전생에 생명의 은인을 자식으로 낳아 은혜를 갚는다는 농담이 절로 믿길 만큼 나를 힘들게 했었다. 야단도 쳐보고, 달래 보기도 하면서 아기였을 때 내가 나눠준 사랑이 부족해서 아이가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한건 아닐까 하고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본능적으로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는 존재... 많은 생각을 남기는 한 줄이 아닐 수 없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내담자들의 사연이 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감성을 자극한다. ‘나’를 돌보기보다는 ‘타인’을 돌보는데 집중했기 때문에 나의 상처를 돌아보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게 쌓인 작은 상처들이 어느새 세상과의 단절을 만들었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라도 내일을 잘 살아가기 위해 오늘의 나를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내본다.


"용서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차원적인 가치지요. 하지만 강요 할 수는 없습니다. 용서를 하고 안 하고는 그 사람의 마음이에요. 그 사람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해도 마찬가지예요. 내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누구도 나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요. 부모를 이해하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부모가 준 상처들은 영영 아물지 못할지도 몰라요. 이해가 안 되면 안 되는 채로, 용서가 안 되면 안 되는 채로 있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살아도 괜찮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감정에 대한 존중입니다." (p.47)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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