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삼킨 여자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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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아티스트(pickup artist) 특정 상대를 주요 타깃으로 하여 섹스나 금전적인 이득 혹에 그에 준하는 것을 얻으려고 하는 사기꾼들을 통틀어 지칭하는 단어. (네이버 나무위키)

한참 신조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지라 신조에 약한 편은 아닌데 몇 년 전에 유행했던 픽업아티스트라는 용어의 정의를 이번에 검색해 보고서야 알았다. 예술적인 의미가 누군가에 사기를 치기 위한 소양으로 빗대어진 ‘픽업 아티스트’. 아마도 이성을 대상으로 자신의 매력을 적극 활용해 사기행각을 벌이는 꽃뱀, 제비쯤을 이르는 말인듯하다. 아무튼. 배우자나 애인이 있음에도 제 발로 걸어들어가 사기를 당하는 바람둥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날로 진화하는 다양한 사기 방식을 보면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도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어이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소 몸집이 있지만 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신체와 남자들의 교묘한 심리를 이용해 로맨스 스캠으로 소액 사기를 일삼는 픽업아티스트 설희연. 그녀는 스스로 정한 기준, 여름 딱 두 달 동안 일해서 일 년 치의 월세를 마련하고 돈을 빌리기 위해 이성의 마음을 얻는 동안은 진심을 다하지만 절대 몸을 내어주지는 않고 돈을 빌린 후에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 되돌아보면 사기를 당한 건 맞지만 신고하기에는 애매한 방법으로 오랜 시간 거리의 픽업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서두르면 안 돼. 우리가 줄다리기를 잘해야 해. 그리고 이제 부모도 그만 미워해. 이렇게 만든 토대지만 결국 선택은 우리가 한 거야. 대신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아남아. 그러니까 미운 엄마도 잊고, 누구도 믿지 마. 나만 믿어. 희연이 너 뒤에 내가 있어. 남자들에게는 우리가 믿는다는 신념을 심어줘야 해. 그래야 안도하고 잠시나마 우리에게 평온을 느끼게 돼. 돈값을 해줘야 한다는 거야. 우리가 하는 이 일도 결국은." (p.110)

한편, 현장감을 갖춘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해 송파서로 파견된 아람과 아람의 그녀의 사수 선익은 소액 사기범으로 신고된 희연을 쫓고 있다. 범죄자의 심리를 파헤쳐 수사 단서를 잡아내는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적 영향일까,,, 픽업아티스트 희연을 구제할 수 없는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아가는 사수 선익과 달리 아람은 살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픽업아티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던 희연의 어린 시절을 마주하며 짙은 연민에 빠진다.

"세상과 타협하고 화해하고 싶었다. 아픔을 줬지만 이겨낼 수 있다. 바닷바람에도 끄떡없이 다시 세워지는 사구처럼 그리고 파도에도 버티는 나무들처럼 버틸 수 있다. 새 신의 모 래를 털고 버스를 기다렸다." (p. 323)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희연의 흔적을 쫓던 중, 경찰시험에 합격하고 임용을 기다리던 경찰 지망생 김동민이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고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처럼 모든 정황은 신고하기에도 애매한 좀스러운 사기꾼 희연을 살범인으로 가리키고 있다. 단지, 자신의 작은 몸을 누일 수 있는 방 한 칸의 월세를 마련하려던 로맨스 스캠 사기범이 한순간에 경찰 지망생을 살해한 살인 용의자가 되어 가족과 같은 후배를 잃은 사실에 분노하는 경찰의 적이 버렸다. 한 사람이, 그것도 지금까지 작은 사기 사건을 이어가던 여자가 너무나 다른 사건의 용의자가 되었다. 소액 사기와 특수 살인, 아람과 선익은 두 사건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인가,,, 픽업아티스트 설희연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

살인범일지도 모르는 소액 사기범 희연에게 느껴지는 연민. 처한 환경이 어렵다고 모두가 범죄자가 되지는 않지만,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최소한의 일탈을 무작정 나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희연의 흔적을 쫓는 과정 속에서 대립되는 아람과 선익의 시선은 프로파일러와 수사관이라기보다는 남자와 여자로 대립하며, 서로 다른 시각으로 희연을 바라본다.

"심리학에 관계 중독이라는 게 있어요. 트라우마나 학대 경험을 겪은 사람은 타인에게 의존성이 강하죠. 그루밍 범죄자들은 귀신같이 이런 사람들을 찾아내 타깃으로 삼고요." (p.97)

설희연을 중심으로 이어지던 두 사건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짠" 하고 들어내며 마무리된다. 긴장감 넘치는 범죄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차가운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이 최소한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 희연과 같지 않기를 다시 한번 희망해 본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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