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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 - 사랑에 서툰 사람들을 위한 연애 심리 에세이
우연양 지음, 유지별이 그림 / 서사원 / 2019년 12월
평점 :
사랑하는 사람끼리 한마음으로 좋아하고 바라볼 수 있는 것 만큼 축복 받은 일은 없다. 연인, 부모자식, 친구 등 어느 관계에서든지 서로가 마주보며 같은 무게로 서로를 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서로간 마음의 무게가 다른 것으로 상처 받기도 하고, 반면 더 잘하려고 노력하며 용기내 다가가기도 한다.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고, 따뜻하지만 쓸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은 보통 사람들간의 연애,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눈이 반짝거리게 하는 새로운 에피소드는 아니었지만 마음 한켠을 움직이게 하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글이다. 내가 첫사랑을 할때는 어떤 모습이였는지, 짝사랑을 할때는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지금 내옆에서 (코골고 자고) 있는 남편을 만났을 때는 어땠었는지... 그 시절 겪었던 풋풋한 설레임이 떠오른다.
에피소드 마다 만화처럼 그려진 삽화는 그 자체만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설레고, 애틋하고, 가슴아프고 저마다의 서툰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 읽는 사람의 마음을 한결 더 따뜻하게 해준다.
어린시절의 풋풋한 시기를 지나 만나게 된 사람과 아무 조건없이 용기내서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제일 먼저 나이라는 벽을 만날 것이고(살다 보면 나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시기가 오지만 나이라는 벽이 결코 넘기 쉬운 벽은 아니다), 이어서 구차한 변명같은 경제적 수준(이 조건은 살다보면 생각보다 커지는 조건이다)이라는 차이를 느끼게 될 것이다. 글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들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때 가장 많이 맞닥트릴 뿐만아니라, 별거 아닌것 같으면서 무심코 넘기기 힘든 조건들이다.
"확실한 건 스스로의 약점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나이는 먹는 법이고 나보다 어린 사람을 더 좋아할 수도 있지만 나를 사랑하지 않을 법이란 또 없는 것이다." (p.48)
남편가 종종 아무짝에도 쓸데 없는 신경전을 하게 된다. 참 묘한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신경전이라 해도 시작하고 나면 별거 아닌 일도 자존심 싸움이 되어 버린다. 절대로 먼저 말하지 않고, 없는 듯 생활하면서 아쉬운 것도 불편한 것도 없는 듯 일상을 채운다. 서로가 거슬리고 신경쓰여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면서 말이다. 정말 져주는게 이기는 걸까. 한번 시작한 신경전은 쉽사리 거둘 수 없다.
"나는 밀당 같은 거 할 줄 몰라.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지. 어렵게 연애할 줄 모르거든. 좋아하니까 표현하는 거고, 귀찮게 수 싸움 하는 것도 싫어." (p.139)
이성이든 친구든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용기내서 먼저 다가가기 어렵다. 혹시라도 거절 당할 것을 염려하고 미리 피해버리기 일쑤다. 어쩌면 그 사람도 내가 먼저 말걸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서 망설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존감 때문일 수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괜히 겁이 나서 스스로 자신을 한없이 낮추곤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좋아할 리가 없다면서 말이다." (p.68)
서로가 더 많이 좋아해 달라고 조르고 나만 바라보라고 보챈다. 왠지 내가 더 잘해주면 나한테 소홀해 질 것 같고,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을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우리 아이들을, 우리 엄마를, 우리 남편을 시시때때로 떠올리는 걸 보면 내가 그들을 훨씬 더 많이 사랑하나 보다. 조금 손해보면 어떤가! 손톱만큼이라도 더 사랑하는 내가 한수접어야지 어쩔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것만큼 행복한 건 없으니까." (p.233)
누구라도 붙잡고 당장 사랑을 하고 싶어지는 가슴이 몽글몽글 따뜻해 지는 책이다. 누군가에게 고백하고 싶은 외로운 싱글들, 남편과 아내가 괜히 미워지는 기혼자들은 따뜻하고 상큼한 레몬차 한잔을 친구삼아 꼭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