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휘둘리는 당신에게 - 관계에 서툰 이들을 위한 심리학
박진영 지음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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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공룡(?) 세마리가 대화를 하고 있다. 얼굴에 미소를 띄고 대화에 참여하고 있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말풍선을 갖고 있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임무를 어쩔 수 없이 수행하고 있지만 각자의 생각에 몰두하고 있다. 기왕지사 각자의 생각을 할 꺼면 대화에 참석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까. 처음 접했을 때의 표지에 대한 인상과 책을 읽고 난 후의 인상이 달라진다.

'인간은 하드코어한 사회적동물이다'라면서 이 책의 목적은 이런 인간의 이상하고 신기한 속성을 이해하고, 나도 잘모르는 너와 나의 모습을 알고, 나다운 모습을 설계해 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우고 듣던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드코어가 덧붙여 졌다. 기왕지사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야하니 잘 살아 보자는 의미 아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에 있던지 누군가와 함께 묶여있지 않으면 심리적 불안함을 느끼곤 한다. 저자는 이를 '살기위한 선택 소속의 욕구' 때문이라고 기술한다. 잠깐이라도 혼자있고 싶지않아서 항상 몰려 다니고, 심지어 초등학교 다닐때는 화장실 조차도 함께 다녔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는 일이긴 하지만, 그때는 화장실에 혼자가는 것만으로도 외톨이가 된 것 같았다.

지금도 여전히 혼밥이나 혼공, 혼술 같은게 익숙해 지지 않은 것을 보면 소속의 욕구는 유전자의 힘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나보다. 그럼에도 어디에든 소속되고 싶은 욕구가 인간 모두가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태초의 욕구라고 기술하고 있는 글 덕분에 소심한 마음이 조금쯤 위로를 받는다.

"여러 사람일 필요도 없이, 단 한사람이라도 나를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존재하는지의 여부가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p.39)

사람들이 생각보다 자신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때 서슴없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나 역시 갑자기 누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러갈때와 같이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거의 대부분 먼저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주로 하는 대답이 '아무거나' 또는 '나도 좋아'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주도적 선택을 미루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사람을 나 자신보다 남들의 눈에 만족스럽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든지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물건, 유행하는 옷, 잘나간다는 학과나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내 삶의 우선순위가 된다." (p.92)

나는 지금 내 성격대로 살고 있나?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Yes 보다는 No에 가깝다. 주변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너무 많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서, 간혹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의미없는 미소를 띄우며 '괜찮다'는 말을 전하곤 한다. 그 이후 참다가 지쳐서 나의 성격을 그대로 들어내도 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폭발하듯 성질을 낸다. 이런 일련의 나의 행동을 보면 내 성격대로 살고 있다고 할 수 없지 않을 까 싶다. 그려면 내가 자기통제를 잘하는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까... 이것도 대답하기 어렵다. 다만, 휩쓸리지 않고 단단하게 나답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주로 타고난 성격대로 행동하면서, 그리고 때때로 성격대로 행동해선 안 될 때에는 전두엽을 사용해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보통 우리의 행동은 타고난 성격, 그리고 상황에 따라 발휘하는 자기 통제력에 의해 좌우된다." (p.173)

남의 눈치를 보고 사는게 아니라, 인간 자체가 하드코어한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한다고, 다 그런거라고, 너만 그런거 아니니까 쿨하게 눈치보고 살아도 된다고(?) 위로하는 글이었다. 행여라도 소외될까봐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나에게 '다 그렇다잖아'라고 셀프위로를 건내 본다. 남들에게 휘둘리고 눈치 좀 보면 어떠랴! 나만 괜찮으면 되지!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드코어한 사회적 동물로 씩씩하게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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