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백 가지 의혹도 하나의 증거는 될 수 없다. (도스토앱스키의 죄와벌)"

책을 한권 한권 읽을 때마다, 책을 한줄로 소개하는 메인카피와 소설의 내용이 정확하게 일치할 때마다 소름끼치게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끝없는 살인도 맨 첫장의 소개글로 한줄이 정리된다. 물론 다 읽고 난 뒤의 개인적인 소감이긴 하지만, 소설 메인카피를 정하는 출판 관계자분들은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된다!

독자투고 매니아 이치로이 고즈에가 새로운 독자투고를 생각하면서 귀가도중 겪은 살인미수 사건으로부터 출발한다. 살인범을 추적하기 위한 단서는 현장에서 발견된 에키나가 고등학교의 학생수첩, 발자국 그리고 살인무기로 사용되었던 덤벨 뿐이다. 연기처럼 사라진 살인범과 부족한 단서, 그리고 그즘 발생한 불특정 다수를 살해한 사건과 동일한 패턴으로 실행된 범죄는 연쇄살인이라는 제목과 함께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다.

살행 방법 꼭 통일한다.

머리를 갈겨서 정신을 못차리게 한 다음 목을 조른다.

꼭 흉기를 지참한다.

증거품은 매스컴이나 경찰에 보낸다.

손가락으로 할까? 귓볼로 할까?

신체 일부는 번거롭지 않을까?

그럼 머리카락은 어떨까?

임팩트는 약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아저씨가 대머리면 어떻게 하지?

체모로 할까?

끝없는 살인(p.30)

사건현장에 남겨진 주요 단서, 연쇄살인 피해자와 살인방법을 기록하고 있는 학생수첩 한사람의 범인을 가르키고 있지만 연쇄살인범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얼굴을 들킨 살인범이 수사의 무게에 짓눌려 자살한 걸까? 아니면 다른 연쇄살인범 용의자X가 있는 걸까? 사건은 점점더 미궁속으로 들어가고, 4년의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버린다.

연쇄살인 사건에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이치로이 고즈에는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현재까지도 불안에 시달리며,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살인범의 살해동기가 궁금하다. 살해동기라도 알아야 살인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지금의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아닌가!

미제사건으로 남게된 것을 안타깝게 여긴 담당형사 나루모토는 연쇄살인범의 살해동기를 추리하기 위해 추리전문가 모임 연미회를 소집하게 된다.

새해를 하루 앞둔 마지막날, 한자리에 모인 연쇄살인의 유일한 생존자, 미스터리 작가와 전직형사는 미궁에 빠진 연쇄살인범의 범행동기를 추측한다. 한자리에 모인 다섯명의 연미회 회원들은 각자의 가설을 바탕으로 증거를 보완해서가면서 살인범을 추적한다. 각각의 추리마다 새로운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추리전문가 집단답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기발한 의혹을 제안하고 각각의 의혹에 대한 반박의견을 더해가면서 하나의 사건을 완성하는 듯 하다.

하지만, 첫장의 문장처럼 그들의 추리는 증거가 아닌 범인을 예측하기 위한 하나의 의혹일 뿐이다... 과연, 이들의 의혹은 미싱링크,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까? 용의자X는 이들을 비웃 듯 또다른 살인을 이어간다.

"마치 '동기 같은 건 나중에 생각하자.'라는 느낌이네요. 평소에도 사람을 죽이고 싶었지만 실행에 옮길 계기를 찾지 못해서 근질근질하던 사람이 이른바 '살인을 위한 살인'이라는 행위가 가능한 구실을 발견해서 기쁜 마음으로 뛰어들었다는 식으로 말이죠." (p.352)

정말 결말이 끝내주는 스릴러였다. 긴장감 있는 접근은 아니었지만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을 안고 있는 글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결론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챕터 중간중간 포함되어 있는 흑백사진을 감상하면서 서늘해 지는 느낌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연쇄살인범을 끝까지 알 수 없는 스릴러, 쫀쫀한 긴장감 보다는 추리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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