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잘라드립니다 - 하버드 교수가 사랑한 이발사의 행복학개론
탈 벤 샤하르 지음, 서유라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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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 TV에서 모보험회사의 광고로 ‘걱정인형’이 등장했던 적이 있다. 어린아이의 편한 잠자리를 위해 과테말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걱정인형은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예쁜인형이라기 보다 투박하게 만들어진 작은 인형이다. 다소 허술해 보이는 걱정인형이지만, 인형에게 걱정과 고민을 이야기하면 걱정인형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걱정과 고민을 데리고 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걱정인형이 고민과 걱정을 가져가듯 매일매일 쓸데없이 자라나는 걱정을 자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다.

저자는 하버드대학에서 긍정심리학과 리더쉽 심리학을 담당한 교수로 리더쉽, 행복, 마음챙김 등에 대한 강연과 베스트셀러 해피어 등을 펴낸 행복학 전문가 탈 벤 샤하르다. 

걱정을 잘라드립니다는 세계 최고의 행복학 교수인 저자와 마을에서 20년간 작은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발사 아비와의 대화를 짧은 글로 구성하고 있다. 짧게 쓰여진 글은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작가의 머리말에 있는 것처럼 하나의 에피소드를 읽은 후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빨리 읽기 보다는 천천히 글을 음미하듯 읽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글이다.

걱정은 자르고, 인생은 다듬고,
불행은 펴고, 우울은 씻겨드립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사랑방으로 자리잡은 작은 이발소. 사람들은 이발사 아비에게 머리를 자르러 가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날이 좋은 날은 차 한잔을 함께하러 가기도 한다. 

아비는 서두르지 않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머리를 자르러 온 손님 한사람 한사람에게 최선을 다한다. 다섯살짜리 꼬마에게까지. 그를 찾아온 이들의 기분에 따라 함께 음악을 듣기도 하고, 모든 것을 멈추고 차를 마시기도 한다. 아비의 일상은 평범함의 따뜻함으로 꽉 채워져 있다. 나만 알고 빨리빨리에만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 평범한 일상이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음악을 듣고, 해변에 가는 순간들이요." (p.21)​

이발사 아비가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때론 천천히 기다리면서 준비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알려준다. 어떤것을 준비하면서 천천히라는 말을 썼던 적이 있나 생각해 본다. 항상 무엇엔가 쫓기듯 앞만보고 달린다. 아비는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에게 잠시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라고 조언한다.

"빨리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울타리에 기대어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죠. 기다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때로 적지 않은 비용이 들죠.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에요." (p.70)​

고된 일상을 핑계로 곧 사라질 아이들과의 시간을 소홀히 하는 부모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 육아를 주어진 과제처럼 여기지만 말고 때로는 아이들에게 놀아달라고 '요구'해 보라고 한다. 아이들과의 시간이 일상의 의무가 아닌 다른 기쁨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경험이 되어 아이가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곱씹어보게 되는 챕터였다. 직장맘이라는 핑계로 아이들과의 시간을 얼마나 덧없이 흘려보냈는지를 생각하며 후회한다.

"아이는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만 해도 즐거움을 느끼고, 온전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뿌듯함을 느끼며, 무엇보다 자신이 엄마, 아빠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다." (p.109)​

아비가 세상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살아있는 지혜가 녹아 있는 책이다.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퍼져 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작은 이발소의 행복이 나비의 날개짓처럼 퍼져 나간다. 화나는 일도 웃어 넘길 수 있는 여유와 자식으로 부모로 소중한 나의 가족을 품어안는 일상이 부럽다. 

"방금 내 자리를 가로챈 것이 대형 SUV가 아니라 커다란 젖소였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p.126)​

아비의 한마디 한마디가 따뜻한 울림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책의 곳곳에 함께하고 있는 그림이 동화나라에 온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책읽는 시간이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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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둠벙가엔 아직도 잠자리가 날고 있을까
변종옥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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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와 짧은 소개글만 보고는 어떤 내용의 책인지 예측할 수 없었던 책이다. 자매의 시선으로, 엄마의 시선으로, 자식의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때로는 한없이 관대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비판적인 시선으로. 주된 화자는 글을 쓰면서 손자를 키우고 있는 영남이다.

어릴적부터 활달하기 그지없는 동생 영화와 무의식속에서 비교해가면서 자랐다. 겁없이 쭉쭉 돌진하는 동생을 부러워하기도 걱정스러워서 꾹꾹 눌러가면서 말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우리 자매에게 낙서장 같은 시간이었다.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떠오르는 대로 아무 이야기나 하는 시간이었다." (p.122)

영남은 아들과 싸우고 도망치듯 가출한 동생 영화를 난데없이 떨어진 폭탄에 비유한다. 무료한듯 가만가만 흘러가던 영남의 일상에 영화가 등장하면서 부터 돌이 던져진것 같은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딸 태양과 동생 영화의 언쟁 사이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나이든 나에게도 친정은 장롱 속 감춰둔 금송아지인데 딸로부터 날아든 동생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나의 소중한 금송아지를 뭉개곤 한다.

"나는 요즘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다. 공격수 잎에서 변명으로 방어하는 병사가 된 것 같다. 사실 영화는 우리 집에 난데없이 떨어진 폭탄이었다." (p.69)

소설속에는 액자처럼 영남이 써내려가는 단편소설이 영남의 고달픔과 함께 쓰여지고 있다. 화려한 잠자리 날개짓처럼 나풀거리는 영화를 빗대듯 남편에게 오롯이 한여자로 사랑받기를 갈망하는 은혜가 등장한다. 영남은 은혜를 통해 꽁이 이모 영화의 외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대로 마음 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여겨지던 영화도 나름의 아픔을 간직하고 기댈 곳을 찾아 헤맨다. 어찌되었든 남편을 빼앗아간 사람은 또 다시 나에게서 딸과 사위를 빼앗는다. 나를 위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은 것 같은 공허함에 묻혀 산다.

둠벙가는 어릴적 영화의 조름에 못이겨 잠자리를 잡으러 가던 곳이다. 그곳의 땡볕아래에서 잡은 왕잠자리를 씨왕잠자리 삼아 바람난 잠자리를 유혹해 군사수를 늘리곤 했다. 둠벙가는 추억의 저편에서부터 아부라 꽁 영화의 바람잘날 없는 삶을 기억하게 하는 곳이었다.

"아부라, 아부라 부라, 호박꽃 칠했다."

누구나 외로움에 사무쳐서 살아간다. 기족은 외로움을 견디고 나를 일으키는 힘이된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무한 애정과 자식의 부모에 대한 칭얼거림은 엄마에게 자식에게 서로가 나를 좀 바라보라고 부르짖는 소리없는 울부짖음이다.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글이다. 누군가의 뒷모습에서 어릴적 둠벙가를 떠올리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지쳐가는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숨쉴 수 있는 구멍을 찾는 일상이 아닐까 한다.

"너나없이 우리는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p.158)

 

[지식과 감성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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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겉으론 웃고 있지만요 - 같은 장소 다른 생각, 평온한 나의 오피스 멘탈을 위하여
함규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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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나의 오피스 멘탈을 위한 책으로 정의하고 주로 직장동료들과의 관계속에서 이루어지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대하고, 나누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 또한 근자에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는 베이비붐세대 – X세대 – 밀레니얼세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나가고 있다. 낀 세대에 해당하는 X세대 직딩으로 공감되는 사례다. 퇴직할 때 쯤 되면 밀레니얼 세대들이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으려나 어찌되었던 퇴직을 앞둔 선배님들 비위맞추랴, 자유로운 영혼을 탑제한 밀레니얼들 다독이니라 사이에 끼어서 직장생활이 피곤해지곤 한다.

"공감하기 힘든 상사 세대를 맞춰가며 일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답답하고, 주관이 뚜렷한 밀레니얼 세대를 설득해가며 일해야 하는 상사세대 역시 마음이 수시로 상한다." (p.23)

상대방의 감정상태를 읽어 마음 상하지 않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평소 그들의 표정, 태도, 말투 등에 대한 관찰이 필요한 것 같다. 평소의 모습에 기인한 행동이라면 상처받을 필요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에 대한 이유를 찾아봐야 할터니이 말이다.

혹시나 내가 무심코 하고 있던 행동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고 있나 생각하게 된다. 집중하면 눈썹을 모아 얼굴을 찌프리거나,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하고 서있는 경우가 많은데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행동이라 반성하게 된다. 혹시나 나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나의 평소습관임도 같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소심한 생각도 함께 해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편하고 좋았던 선배였던 사람도 관리자의 자리에 앉으면 왜 이렇게 어려워 지는 건지. 평소처럼 살갑게 굴었다가는 쥐어박히기 쉽상이다.

나 또한 평사원이었을 때와 팀장이라는 직위가 생겼을 때 후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점을 느끼곤 했다. 아무렇지도 않았던 호칭에 '팀장'이라는 호칭을 건너 뛰거나 진급하기전의 호칭으로 부르기라도 하면 꽁한 마음이 들곤 했으니까 말이다. 자고로 직급은 디스카운트하지 말라는 말이 그냥 생긴말이 아닐꺼다.

심지어 호칭하나에도 이런 기분인데 일을 대하는 태도나 보고하는 태도가 직위에 걸맞지 않는 느낌이 든다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언잫아 질 수 밖에 없다. 지위와 직급이 있는 직장에서는 직위에 걸맞는 예우는 최소한의 예의다라는 꼰대같은 생각을 더해본다.

아! 애증의 관계, 입사동기, 진급동기... 이들보다 내마음을 더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에서 나의 앞길을 제일 많이 가록막는 사람들도 이들이다. 하지만 난 같이 공감할 수 있는게 많은 입사동기와 진급동기가 좋다. 어찌되었든 나보다 앞서가는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박수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직장 동기는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부모의 사랑을 두고 싸우는 연년생 형제자매 같다. 그러다 보니 직장 동기 사이에서 질투의 감정이 자주 발생하곤 한다." (p.144)

책의 본문도 본문이지만 목차글의 제목들이 직딩의 마음을 콕콕찌르는 책이다.

표지글의 평온한 나의 오피스멘탈을 위하여에 이어

1장 정도껏 솔찍하게 밀레니얼의 회사생활 - 과장님과 신입사이에 끼어있는 X세대인지라 눈치 겁나 보이고

2장 소리없는 말들 눈치채기 - 눈치가 꽝이라 제일 힘든 일이 비언어적인 말들을 눈치채는 일이고

3장 마음 씀씀이가 업무가 되지 않게 늘 일보다 더 힘든 업무가 '저 사람이 나한테 왜 이러지?'를 생각하는 일이고

4장 드러낼 땐 능숙하고 자신있게 - 선배한테 반대하는 의견을 내거나 후배한테 피드백이라도 주는 날이면 하루죙일 눈치가 보이는 나에게 목차 네줄만으로도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지금껏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을 거라고 다들 생각한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은 세대와 사람은 없다." (존 맥스웰,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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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에듀윌 공인중개사 그림민법 - 31회 공인중개사 시험 대비 | 그림으로 쉽게 이해하는 민법 | [합격부록] 민법 및 민사특별법 조문집
서석진 지음 / 에듀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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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벽이 민법이다. 일상생활의 기본이 되는 법이기도 하지만 워낙 범위가 넓고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나의지식으로 만들기 어려운 과목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아주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편은 아니지만 퇴직 후의 혹시나 모를 일자리를 위해 공인중개사를 준비하면서 민법과 민사특별법 때문에 1차의 관문을 넘지 못한 경험이 있다.

민법과 민사특별법은 어디서 들어본 듯한 말이 많은지라 공부를 할때는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문제를 풀때는 뒤죽박죽 엉킨 정보가 정답을 찾아내지 못하게 방해하곤 한다.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한계를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1차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민법과 민사특별법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에듀윌의 기본서 에듀윌 공인중개사 그림민법을 선택해본다.

그림민법은 3개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1부 그림으로 이해하고 기억하는 민법

2부 기출지문 족보

3부 옳은 지문 & 틀린지문

별책부록으로 민법 및 민사특별법 조문집

1부에서는 민법과 민사특별법의 가장 중요한 영역인 주체들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캐릭터와 스토리가 있는 그림으로 설명한다.

아래 페이지는 법률행위에 대한 총설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론적인 설명이후 하단에 그림과 도식화된 표를 두어 법률행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설명만 듣고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그려가면서 관계를 이해하려고 공부 할 때보다 빠르게 이해됨을 느낀다.

 

이어진 2부는 반복되는 객관식 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1부의 이론을 지문단위로 구성하여 O, X를 확인하면서 풀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2부의 기출 족보와 1부의 이론페이지를 연계할 수 있도록 꼬리글을 달고 있어서 기출 족보가 이해되지 않을 때 빠르게 1부의 이론을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번에 다 외울 수는 없으니까... 이론을 1차 스크린하고 정리된 지문과 연계해서 생각하다보면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기분이다.

 

이어빈 3부. 제일 만족스러웠던 부분이다. 객관식 시함문제를 풀때 항상 혼란스럽게 만들곤 하는 옳은 지문과 틀린지문 찾기를 같은 부분에 위치시키고 옳은 지문과 틀린 지문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자주나오는 틀린 지문을 옳은 지문과 바로바로 비교하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좋다. 시험볼 때 지문 읽느라 시간이 부족했었는데 이렇게 비교 분석하면서 공부하면, 문제를 풀때 훨씬 빨리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긴다.

수험생위 눈높이에 최적화된 민법과 민사특별법 공인중개사 기본서 '에듀윌 공인중개사 그림민법'으로 다음 셤인 2020년 10월까지 분발해서 31회 공인중개사 셤에서는 합격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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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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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펼쳐질 암울한 내용과 대비되는 감각적인 표지가 나를 맞는다. 어두운 시식가의 이야기 보다는 무언가 세련된 미식가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강자에 의한 약자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펼쳐진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먹을 음식에 독이 들었는 지를 사전에 감별하기 위해 이유없이 끌려간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음식에 독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미리 먹어보는 방법이겠지만, 굳이 사람에게 꼭 먹여야 했을까 싶다. 물론 이런 시식사는 비단 히틀러에게만 있었던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기미상궁, 중국의 여관 등 그들이 섬기는 임금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임금의 음식을 미리 맛보던 이들이 있었다.

"학생들이 쓰던 책상에 팔꿈치를 올리자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지혈밴드로 내 팔을 꽉 조이더니 검지와 중지로 찰싹 때렸다. 채혈을 함으로써 인간 모르모트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p.30)

이 글은 실제로 히틀러의 시식가이자 유일한 생존자였던 실존인물 마고 뵐크(Margot Wolk)의 고백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인지 시식사들의 일상과 그들의 심리상태가 적나라하게 표현되고 있다. 전쟁중에 강제로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시식사로서의 두려움과 여성이기때문에(폭행은 아니라고 하지만 욕망을 이기지 못해 선택했을지라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일까지 말이다.

"우리는 더러운 옷을 입은 채 식탁에 앉았다. 참을 수 없는 악취가 났다. 우리는 숨을 참고 음식을 기다렸다. 그러고는 언제나처럼 포기하고 음식을 욱여넣었다. 첫날 그랬던 것처럼. 햇살이 우리들의 빈 접수와 수척한 얼굴 위로 쏟아져 내렸다." (p.214)

히틀러의 음식을 맛보던 시식사중 한사람인 로자 자우어의 시선으로 맞춰져 있다. 각각의 사연을 안고 있는 10명의 여자들. 그녀들은 히틀러의 안위를 위해 죽음을 무릎쓰고, 두려움에 떨며, 하루 세번 식사를 한다. 독일인의 신념으로 전쟁터에 나간 남편 그레고어 그리고 히틀러의 시식사를 하면서 그를 기다리는 아내 로자. 크라우젠도르프 병영에서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그곳에 새로 부임한 치글러 중위와 해서는 안될 사랑에 빠지고, 로자는 아내의 정절만이 전쟁터에 나간 남편의 목숨을 구한다는 그레고어의 편지를 떠올리며 죄책감에 시달린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당신께 바칩니다. 몇 달 동안 미뤄왔을 뿐 취소할 수 없는 예정된 죽음의 약속을 바칩니다. 그이의 귀환에 대한 대가로 주님께 이것을 바칠께요. 그래고어의 귀환 대신에요. 두려움은 하루 세 번 노크도 없이 들어와 내 곁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두려움도 따라 일어났다. 이제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친구처럼 익숙했다." (p.104)

항상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는 로자는 삶에 대한 욕망조차도 희미하다. 자신을 놀리던 동생 프란츠를 그리워하고, 결혼하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전쟁터로 떠나버린 남편을 잊지 못하고, 폭격으로 숨진 엄마를 그리워한다. 누구가를 그리워 하는 욕망 때문이었을까 로자는 무리한 사건을 일으켜서라도 자신과는 조금 다른 히틀러의 시식사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총성만 오가지 않는 살벌한 전쟁터에서 누군가의 온기를 쫓는다.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히틀러를 찬성하지 않지만 그에게 보호 받지도 못하고, 심지어 하루 세번씩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로자 자우어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총성의 울리는 전쟁터 한복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전쟁터와 같은 아비규환 속에서 전쟁의 피폐함을 견뎌야 하는 힘없는 약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망을 쫓는 평범한 이의 모습이 바로 로자 자우어였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가제본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으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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