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4
루치아 임펠루소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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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믹으로 한국에 들어와 있는 지금, 뉴욕의 가장 그리운 풍경은 바로 우리 집에서 센트럴 파크를 가로 질러 메트 가는 길이다.

뉴욕 어퍼 웨스트 사이드에 있는 아파트에서 센트럴 파크를 가로질러 30분을 걸으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나왔다.
뉴요커들의 애정을 담아 ‘더 메트’라고 부르는 거대한 미술관.
주말 느긋이 일어나 운동 삼아 걸어가서, 한 바퀴 미술관을 돌고 나오면 대략 만 보를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미술관에서 그림 옆에 깨알같은 글씨로 쓰여있는 설명을 찬찬히 읽은 적은 별로 없다. 좋아하는 화가인 르누아르 작품 몇 점이나 겨우 읽어봤을까.

이 책은 내가 얼마나 배경 지식 없이 미술관을 휘젓고 다녔는지 일깨워 줬다. 세상에. 좋다고 30분씩 멍때리고 보던 르누아르 작품 속 아이들 둘 중 하나가 남자애였다니!

그야말로 충격.

˝Madame Georges Charpentier and her Children˝ 이라는 작품인데, 두 아이를 흐뭇한 시선으로 보는 엄마의 표정이 참 따뜻한 작품이다.

한 아이는 덩치 큰 개 위에 올라앉아 있고, 다른 한 아이는 엄마 옆에 붙어 앉아 자신의 자매...... 를 쳐다보고 있는 줄 알았으나.......

자매가 아니라 오누이였다.

애기가 누나랑 똑같이 파란 원피스 입고 긴 금발을 예쁘게 반묶음 하고 있으니 자매인 줄 알았잖아!

몇몇 낯 익은 작품들의 몰랐던 제작 비화와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되어 기쁘다.

단지, 번역가 분의 문체인 듯 한데 읽기 매우 딱딱하다.

104 페이지의 “1470년에 태어난 마리 내밀은 남편이 죽고 난 후 1773년 아버지의 친구와 재혼하였다” 라는 번역 실수는 덤.

장 오너에 프락고나르의 “연애편지”라는 작품의 모델에 관한 설명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역이다. 아니면 작가가 출판할 때 감수를 소홀히 했던가...

본래 이탈리아아로 쓰인 책이다. 나는 이탈리아어는 모른다. 그런데 번역 실수인 줄 어찌 아냐고?

말이 안 되지 않는가. 1470년에 태어난 사람이 어떻게 1773년까지 살아남아 재혼을 하나요. 재혼할 때 나이가 300살 가까이 되야 했을텐데. 뱀파이어와 영생을 사는 신화 속 존재가 아닌 다음에야...

그래도 친숙한 작품 하나하나의 배경을 알게 되어 좋았다.

뉴욕으로 돌아가면 다시 메트를 갈 테다.
그리고 그 때는 그림을 마냥 ‘좋다, 예쁘다, 어둡다’ 느낌으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배경을 떠올리며 감상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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