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자를 판 사나이 ㅣ 열림원 세계문학 5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평점 :

사실인지 허구인지, 소설 속 이야기인지, 소설 밖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오묘한 편지로 소설은 시작된다.
회색 옷 입은 남자는 그림자를 팔라고 제안하고 금화가 나오는 자루를 본 슐레밀은 거래를 하고 만다. 놀라운 솜씨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의 그림자를 풀밭에서 거둬들여 돌돌 말아 접어 몸 안에 집어넣고 웃으며 사라진다.
뒤늦게 돈 때문에 그림자를 판 것을 후회하고 벤델을 시켜 그를 찾지만, 슐레밀씨에게 득이 될 거래를 다음에 제안할 거라고 말하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
금화 때문에 모든 삶이 단절되었고 좋았던 금화마저 저주하게 된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태양 아래로 걸을 수 없다고, 성실하지 못하다고, 사람들은 그를 경멸하며 피했다.
그는 부유하고 자비롭고 선했지만 그림자가 없었다. 그의 하인 벤델의 도움으로 사람들 속에 겨우 섞일 수 있었다. 한마을에서 그는 존경받는 지도자로 간주되었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청혼을 한 후 그림자가 없음을 밝히자 그녀의 아버지는 그림자를 찾아오지 않으면 결혼시킬 수 없고 미나는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게 된다고 했다.
회색 옷을 입은 남자는 악마였고 새로운 제안을 한다. 죽은 후 영혼을 주겠다고 서약하면 그림자를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는 영혼을 넘길 수가 없었다.
"도대체 당신의 영혼이란 어떤 물건입니까?" 악마는 그의 그림자를 농락하고는 사라졌다.
슐레밀은 벤델에게 자산을 주고 자신의 운명에 얽매이게 하지 않기 위해 홀로 떠난다. 그림자도 없이, 돈도 없이 그러나 맑아진 기분으로 주머니를 버리고 정처 없이 걷는다. 오래 걸어 장화가 낡아져 새 장화를 싼 가격에 구입했다. 그 장화는 신기한 장화였다. 그 후는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림자란 어떤 의미일까? 어떤 의미이기에 이토록 사람들은 흉측하다고 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그림자가 의미하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그림자의 상실, 19세기는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였다. 그림자를 팔고 돈을 얻은 대가는 사회적 집단에 소속되지 못하는 상실이었다.
영혼은 무엇일까? 죽은 후에 영혼이 중요할까? 영혼이 없으면 천국에 올라갈 수 없다고 사후세계를 생각했을 수도 있고, 영혼이 사랑보다도 중요했던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다. 돈, 지배계급, 집단 소외감, 사회적존재 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책의 옮긴이 (최문규)에 해설에 의하면 "견고한 것, 든든한 것, 지속적인 것은 유별나지 않지만 우리와 함께 지속하는 어떤 것을 말하는데, 그것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차원에서 후천적으로 습득된 다양한 것 - 국적, 가족, 성별, 종교, 연대성, 유대성, 공통감각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한다.

그림자의 가치란 연대성과 소속성, 시대적, 사회적 위기를 말하고 있다. 모두가 가진 보편의 것의 가치는 돈보다 중요함을 말한다. 이 책은 현대의 시대에도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고 경종을 울린다. 돈이 주는 사회적 위치, 계급의 상승을 위해 나 차신이 지켜야 할 고유의 것, 견고한 것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한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과 물질의 가치에만 매달리는 나머지 차별하고, 소외집단을 배척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한다. 돈보다 가치 있는 그림자를 잘 돌보고 내 것만이 아닌 타인 그리고 사회의 그림자들도 인식하고 연대해야 함을 느끼게 된다.
슐레밀은 돈과 그림자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자유를 찾아 자연과 하나가 되어 고독하지만 자유로운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친구여, 자네가 사람들 사이에 살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중시하는 법을 배우게나, 돈은 그다음일세. 오로지 자네와 자네의 더 나은 자아를 위해서만 살고 싶다면, 오, 자네에게는 아무 충고도 필요 없네.131P
다른 이의 평판이나 사회적 위치, 돈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자아를 위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림자는 중요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진정 자유로운 삶이란 무엇이며 그림자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아를 온전히 세우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이 책은 그림자를 매개체로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삶을 둘러싼 많은 것들에 대해 깊이 사유해 보도록 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