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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평점 :

외로움과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이 책에는 헤세의 문장들을 담은 필사 노트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그림은 모두 헤세가 그린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삶이 힘겨울 때가 많다. 헤세가 건네는 시와 수필, 동화 등의 글에서 경이롭고 섬세하며 다정한 문장들을 만나 삶의 기쁨의 지혜를 건네 받아보자.
절제된 행동 습관, 한 그루의 나무와 한 뼘의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은 사소한 일들과 작은 기쁨들을 꿰어 우리 삶을 엮어나간다.
저녁이 따스하게 감싸 주지 않는
힘겹고, 뜨겁기만 한 낮은 없다.
무자비하고 사납고 소란스러웠던 날도
어머니 같은 밤이 감싸 안아 주리라.
인간성은 사치가 아닌 존재를 위한 조건이며 삶을 위한 공기이자 자산이다. 예술가가 자괴감에 빠지거나 권태가 오면 육신과 정신을 온전히 지켜내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무위와 예술을 그리워한다. 그것은 주로 동양의 느림의 미학에 대한 동경이었다.
자신의 육신과 생각을 다스리고 위로하는 방법에 대해 '잠 못 이루는 밤' 만큼 제대로 가르쳐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불면증은 경외심을 배울 수 있는 학교란 것이다. 헤세는 홀로 슬픔에 잠긴다면 아름다운 시구절을 읽고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수려한 풍경을 보고,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

아픔과 쾌락은 이제 내게
하나가 되어 스며들었다.
그것이 나를 편안하게 하든, 아프게 하든
둘 다 하나가 되어버렸다.
내게는 둘 다 같은 이야기 중 119p
마음이 무거울 때 쓸 수 있는 좋은 방법,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자연으로 나가서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인 자세로 그것을 즐기는 것보다 좋은 약은 없다. 세상은 언제나 다시 태어나고 날마다 죽는다는 것을 안다면 두려움 없는 삶을 살 수 있다.
"스스로 자유로워 지고 싶은 사람이 거칠게 앞으로를 위해 집어던져야 할 것은 목발이고 부목이다."
헤세는 슬픔과 절망을 뚫고 나가야 다시 밝은 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지금으로 치면 악플쯤 되는 증오의 편지를 받은 헤세는 어깨 한번 으쓱하고 미소 지어 보이고 싶었으나,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심리학적 질문을 던지다.
두려움이 너를 사로잡으면 체념의 미덕을 보이라고, 가장 높은 탑으로 올라가 자신의 몸을 던지라고 말한다. 우리가 삶을 감사하지 못하면 독이 되고 감사하고 사랑하면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삶을 긍정하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고통을 이겨내면 자포자기하지 않으려는 욕구가 생긴다. 삶을 받아들 이고 견딜만하다고 느껴야 하며, 시간은 환상에 불가한 것이며 시간을 초월해야 한다.

화요일에 할 일을
목요일로 미루는 일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사람이 나는 불쌍하다.
그는 그렇게 하면 수요일이 몹시 유쾌하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한다.
문명을 쫓아 지구의 자연을 파괴하는 발명은 반대하지만 인간의 마음에 불꽃을 터트리는 불꽃놀이는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 말하는 순수한 문학인 헤세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헤세가 살던 시대는 1차 세계대전의 전쟁의 시대였다. 절망적이고 잔혹한 시대. 죽음이 가까웠던 시대였다. 시대도 혼란스럽고 헤세의 개인의 삶도 고통의 순간들이 많았다. 헤세의 글에는 문학, 철학, 심리학이 모두 담겨있다.
인생은 꽃길만 펼쳐져 있지 않다. 꽃길을 지나면 자갈길도 만나고 진흙길도 만난다. 흙길을 걸으며 흙을 묻히지 않으려고 한다면 조금 묻은 흙에도 당혹스럽고 괴로울 것이다. 헤세는 흙길에 발을 담그고 두려워하지 않고 걸을 때 더 빨리 흙길을 걸어 나올 수 있으며 초원이 펼쳐진다고 말하는 것 같다.
헤세의 철학적 관점은 니체의 '영혼회귀'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인생은 슬픔과 기쁨, 행복과 불행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분법적인 삶의 사고를 벗어나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것이 인생임을 인정할 때 삶은 그럼에도 기쁨으로 넘쳐나는 것이다.
싯다르타, 데미안 등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는 문학과 사상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관조하며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삶의 고통과 슬픔에 맞서기 위해 맞서 싸웠음을 알 수 있다. 오랜 사색의 시간을 통해 글로 옮겨진 헤세의 슬픔과 고통에 굴복당하지 않는 삶의 지혜는 삶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자양분이 되어준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헤세의 삶의 관점과 지혜를 얻고 싶은 분
√ 헤세의 괴로움을 이겨낸 기쁜 삶을 배우고 싶은 분
√ 삶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싶은 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