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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양극단적인 두 소녀가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 소녀는 혼자 있는 걸 견디기 힘들어하는 오토포피아이다. 함께 있을 때 행동을 이끄는 것을 좋아한다. 양들의 해방을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
한 소녀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고통스러운 안드로포비아이다. 1제곱미터당 인구밀집도가 올라가면 질식 위험을 느낀다. 심리적으로 자신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니키라는 이름은 <승리하는 민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장 약한 폰들이 가장 강력한 킹과 퀸을 무너트리고 민중이 승리하는 노동자들의 편에 선다고 니키의 아빠는 말한다.
모니카는 독점, 혼자라는 뜻이다. 엄마는 모니카의 특성을 인정하고 배려해 주지만 (예쁘고 똑똑하고 사회성 안 좋고 지면 눈이 뒤집히는 것 빼고는 완벽한 딸이니까) 누구든 세상에 고립돼 살 수는 없다고 말한다.
두 소녀가 체스판에서 만난다. 첫 대회에서는 니키의 승리였다. 모니카는 자신의 숨통을 조여온 니키의 목을 조른다. 다음 대회에서는 모니카의 승리였다.

아니, 아예 (지구 표면적과 똑같은) 5억 1천만 제곱킬로미터 짜리 지구 모양의 체스보드를 만드는 거야. 거기에다 40억 개의 폰과 비숍을 올려놓는 거지. 그리고 대양과 산맥과 밀림과 사막을 펼쳐놓는 거야.
이런 게 바로 궁극의 체스 게임 아닐까. 69p
전 세계 폰들의 혁명을 일으켜 킹과 퀸들을 무너트리겠다는 니콜, 한 개인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니카는 정반대의 가치관과 신념을 가진 영혼의 숙적이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세계는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냉전 중이다. 집단주의 모델과 창의력과 독창성을 지닌 한 인물이 대립하며 서로의 힘이 강하다고 믿는다.
체스는 정치와 닮은 점이 많다. IRA의 폭탄 테러 협박으로 경기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모니카의 어머니는 압사사고를 당한다. 니키 아버지가 돈을 대는 조직이 IRA였다.
양떼를 이끄는 목동처럼 IRA를 이끄는 니콜과 그에 맞서는 모니카의 격돌이 시작된다. 군중학을 전공하고 사회학자가 된 니콜은 군중이 발휘하는 집단적 지혜를 믿고 아일랜드 대원을 움직이는 존재가 된다.

모니카는 「홀로 대 모두」라는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북아일랜드의 해방을 위해 집단을 움직이는 희열을 느낀다. 모니카는 인류는 창의력을 가진 혁신가들과 수동적 주동자로 나뉜다고 말한다.
IRA 조직을 비밀리에 움직이는 니콜의 집단적인 공격과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종말론적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무력감과 함께 분노를 느낀다.
모니카는 복수의 다음 체스 게임을 계획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뛰어난 전략가인 니키와 모니카 두 사람을 통해 혁명가 vs 독재자의 구도를 만들어 낸다. 뛰어난 개인의 힘 vs 함께하는 집단의 힘 세계를 이끄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폰 vs 퀸의 배틀은 누구의 승리가 될 것이가?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세계를 체스보드 삼아 승부를 펼친다.
체스라는 게임을 통해 정치적 구도와 개인과 집단이라는 역사 속에 대결구도를 끌어내어 흥미진진하게 전개해 나가는 저자의 독창성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예상할 수 없는 대결구도 속에 스토리는 전개되고 2편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