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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 영혼의 숙적인 두 체스 천재가 벌리는 전 지구적 게임이 시작된다. 최후의 키를 쥐는 건 어느 쪽일까? 1편은 서막이였다. 본격적인 그녀들의 지구적 게임이 2편에서 시작된다.
탈출에 성공한 니콜은 받은 만큼 돌려줄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군중의 작용 원리에 대해서는 그녀가 한수 위였다. 세상에 모든 일을 사각형 위에 체스보드판에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모니카는 니콜의 탈주 소식에 마치 게임이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가슴이 뛴다. 상대에게 소중한 말을 하나씩 잡고 게임은 다시 원점에서 시작된다. 그녀들은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이 되고 싶었다.
니콜은 KGB 전략가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숙적은 다시 운명처럼 만나고 게임은 시작된다.

이 책 중간중간에는 책 내용과 흡사한 역사적인 사건들이 <백과사전> 코너가 등장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역사상 최장기 결투는 집정부와 제1제정기에 걸쳐 19년 동안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소설 속 두 여인의 결투는 이보다 더 길고 끈질겼다.
이슬람 급진주의자가 파키스탄을 비롯해 CIA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양면성이 있다. 7세기에 생겨난 종교 하나가 현대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냐고 생각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
니콜과 모니카는 12월 31일이 되면 한 해 동안 일어난 시간을 요약, 정리해 두는 습관이 있다.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는 데 도움이 되고, 이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큰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미국이 테러 집단을 배후조정했던 것처럼 니콜도 계획을 세운다.<백과사전>에 이순신 장군의 실력에도 백의종군해야 했던 일과 열세 척의 배로 전략을 세워 133척에 맞서 승리한 사실이 나와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밖에도 20세기 후반 세계사를 쉽고 재미있게 배우게 된다.
폰 열아홉 개로 탑 두 개를 무너뜨리고 성채 하나를 훼손시킨 상대에게 이번에는 자신이 네 비숍을 제거해 줄 차례라고 새로운 체스 게임을 시작한다.

모니카와 니콜의 결투는 액션 영화처럼 스릴 있고 흥미진진하다. 스파이 소설로서의 긴장감과 박진감도 있다. 체스를 할 줄 모르지만 체스 장면도 몰입하게 한다. 끝날 줄 알았던 그들의 재회는 반복된다.
예상치 못했던 전개들과 사실주의적 역사의 내용들이 그 역사를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해 그 배후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역사를 움직이는 자들인가?
두 전략가인 니콜과 모니카는 상대를 제거하겠다는 목표 하나를 위해 현대사의 굴직굴직한 사건들을 기획한다. 베르베르는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체스보드로 인식하는 두 여주인공을 내세워 이 체스보드 위에서 함께 행동하는 집단의 힘과 뛰어난 개인의 힘의 지구적 게임이 역사 속에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