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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소담 클래식 3
제인 오스틴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2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이 책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재산이 별로 없는 여인의 유일한 생계대책이 결혼이던 시절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하는 주체적인 주인공의 모습과 진실을 가리는 오만과 편견, 허영 등에 대해 들여다보게 한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재벌가 주인공에게 편견을 가지는 현대 드라마 여주처럼 무도회에서 자신의 자존심에 금이 가게 한 다아시의 말 한마디에 오만함을 느끼고 편견을 가지게 된다. 반면 다아시는 재치 있고 당당한 엘리자베스에게 점점 반하게 된다. 그리고 청혼한다.
당연히 지주계급에 재산도 많은 자신의 청혼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지만 보기 좋게 차인다. 다아시의 오만함에 그녀는 어이없어한다. 계급이나 부유함에 흔들리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이런 여자는 처음이야'하는 느낌으로 더욱 반하게 된다.
옆집으로 재산가 빙리씨가 이사 오면서 엘리자베스의 언니 제인에게 반하게 되고 둘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듯했으나 절친한 친구 다아시의 '제인이 자네를 그리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에 마을을 떠난다.
제인의 어머니는 허영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허영이 만족되는 순간 오만과 편견도 무너트린다. 중류지주계급층인 베넷가는 여자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는다. 베넷의 집안은 딸만 다섯 명이다.
베넷가의 상속자가 될 친척 콜린스는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지만 당연하듯 청혼을 거절하고 어머니는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없어한다.
허영심과 오만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성질이에요. 허영심은 없는데 자존심이 강한 사람도 있잖아요. 자존심이 자기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라고 한다면, 허영심은 남들로 하여금 자신을 자기 생각대로 평가해 주기를 바라는 욕구인 거죠.
_ 34p
자신과 결이 같을 거라고 생각했던 절친이 콜린스의 재산을 보고 접근해 그와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신감을 느낀다. 그녀의 친구 샬럿은 그 시대 흔한 여자들처럼 사랑과 자존심보다는 허영을 선택한다.
오만해 보이는 다아시와는 반대로 모든 사람이 첫눈에 호감을 갖는 호감형 위컴에게 매료된다. 오만하다고 편견을 갖고 있는 다아시에 대해 위컴은 악평을 쏟아내고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말한다. 이에 그녀의 편견은 더욱 확고해진다.
빙리 씨의 말은 믿지 못하지만 첫인상이 좋은 호감형인 위컴의 말은 거의 확고하게 믿는다. 다아시의 편지를 통해 위컴의 배은망덕하고 문란한 진실이 밝혀진다. 편견 속에 갇혔던 자신의 어리석음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편견이 걷힌 후 그에 대한 주변의 평판은 당연한 듯 받아들여졌고 오만해 보였으나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위컴은 그의 이야기와는 정반대였고 친절한 호감과 예의 뒤에 숨어진 추악한 민낯을 바로 보게 된다.
전 정말 당신께 정말 큰 빚을 졌습니다. 당신이 절 깨우쳐 주신 겁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습니다만, 너무도 소중한 교훈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진정으로 기쁘게 하는 것은 번지레한 온갖 겉치레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_ 537p
이런 편견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존재한다. 재력과 말투 한 마디, 외모만 보고 무수한 편견을 가진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편견을 반성한다. 다아시는 자신이 지주로서 세습된 오만함이 있었음을 깨닫고 자신의 부족함을 고친다.
이 소설이 전해주는 가치는 시대를 뛰어넘는다.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오만과 편견을 인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대는 변화고 계급사회는 변해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은 유한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첫인상으로 판단하고 편견을 갖거나 첫인상이 좋다는 이유로 사람의 말을 믿는다.
어리석은 오만과 편견이 가리는 진실의 무게 또한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위컴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자매는 그것을 바로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한다. 그리고 본성을 밝혀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트리진 말기로 결정한다. 허나 이를 후회할 일이 일어나고 만다.
사람의 마음은 변덕스럽다. 무턱대고 평판을 믿는 일도, 첫인상을 보고 판단하는 것도 위험하다. 오만과 편견을 인정하고 변화하는 주인공의 태도는 그들의 로맨스만큼이나 아름답다.
편견에 사로잡힌 한 사람의 말이 많은 사람의 편견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겉치레의 모습과 편견이란 눈에 가려질 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에 가려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하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