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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컬러 명화 수록 무삭제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ㅣ 현대지성 클래식 63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출간 당시에는 전쟁의 상징으로 열광을 받았던 이 책은 코로나 발병 이후 코로나 시대의 상황을 비춘 예언서로 주목을 받았다. 우리로 하여금 그때의 모습을 비추어보게 한다. 속수무책으로 덮쳐오는 재앙에 반응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고 있다. 부조리한 삶 앞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질문을 던지고 있다.
194x 년 오랑 거리에 죽은 쥐가 넘쳐나고 사망환자가 생겨난다. 의사 리외는 이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한 의사였다. 48시간 만에 11명이 사망하고 예방조치가 필요함을 인식한다. 환자를 의무적으로 신고하고 격리조치한다. 시문은 폐쇄되고 예측할 수 없는 세계로 들어간다. 카뮈는 이 세계를 추상의 세계라고 표현한다.
도시 밖으로 나가야 하다며 확인서를 써달라고 리외를 찾아온 기자는 그럴 수 없다고 하자 공익은 개인의 행복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을 읽으며 코로나 상황의 일련의 조치들과 비슷한 과정에 소름이 오소소 돋게 된다.
코로나 시절 방역조치는 국가별로 그 선택이 다소 달랐다. 유럽은 개인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동금지 조치를 하니 반항하는 시위도 있었다. 중국은 오랑시처럼 시 전체가 봉쇄되기도 했었다.

의사 리외는 아내가 병을 치료하기 위해 페스트 발병 전 도시 밖으로 나갔고 시문이 닫히며 이별하게 된다. 페스트는 수용소, 죽음, 이별, 식량부족, 등화관제 등의 악몽 속으로 몰고 간다.
바다 냄새로 가득 차고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는 이 인적 없는 도시는 희뿌연 먼지를 뒤집어쓴 채 불행한 섬처럼 신음을 토해냈다.
_ 205p
페스트가 관광산업을 초토화시켰듯이 코로나도 그러했었다. 전쟁은 전염병과 같다. 또한 전염병은 전쟁과도 같다. 이 두 가지는 놀랍도록 닮아있었다. 페스트는 전체주의 또한 상징하고 있다.
카뮈는 소설을 연대기로 표현하고 있어 이것은 허구가 아닌 현실세계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에도 일어났으며 현재와 미래에도 일어날 수 있는 비극임을 말이다.
페스트가 아니었다면 체포되었을 코타르는 이 상황의 덕을 본다. 중앙정부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을 희생시킨다.

"요컨대 페스트가 그에게는 도움을 주고 있다. 페스트는 고독하지만 고독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을 공범으로 삼는다. 확실히 그런 사람은 공범이지만 그 역할을 즐기는 공범이기 때문이다."
_ 234p
개인의 행복을 위해 도피하려는 사람, 재앙을 기꺼이 받아들이라는 신부, 자신의 목적에 따라 타협하는 코타르 그리고 연대와 참여로 저항하는 시민 보건대의 모습 등 페스트에 직면한 다양한 인간의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보건대는 타투와 리외가 창설한다.
재앙은 희망을 꺾고 고립에 적응하고 이별에 순응하게 한다. 그리고 나름의 그 질서에 무기력하게 익숙해져 간다. 코로나 시절 대구로 달려가던 의료진과 연대하고 협력하며 코로나와 싸우던 이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그 시절 점차 혼란의 질서 속으로 들어가 순응하기도 하고,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고, 낙담하고, 제자리걸음에 제압당했었다.
우리는 그 혼란스러운 터널을 지나왔다. 그리고 일상을 다시 시작했다.
카뮈는 인간에게 닥치는 재앙 앞에 유배된다 해도 순응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연대가 곧 삶의 부조리에 반항하는 행동이요. 승리를 가져준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연대는 곧 개인의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고 개인의 반항이 우리를 구원하는 희망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이 책에는 작품과 어울리는 뭉크, 클림트, 실레 등의 명화들이 수록되어 있어 삶과 죽음 앞에 무기력해지는 인간이 가져야 할 희망이란 무엇인가 더욱 깊이 생각을 더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