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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일기장 - 백문백답으로 읽는 인간 다산과 천주교에 얽힌 속내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00개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 다산의 일기를 심층적으로 해부한다. 우리가 이전에 알던 다산의 모습은 앞모습이였다. 이 책을 통해 그의 뒷면과 내면까지도 가늠해 보게 된다.
우리에게 일기는 일상의 회고 또는 성찰이지만 다산에게는 정치적 행위였다.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서로 오간 문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 부여 등 훗날 증언으로 남기려는 의도적인 배치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행간을 잘 살피는 것은 물론 여러 관련 기록을 대조하며 행간의 맥락이 드러나도록 하고 있다.
감정은 드러내지 않은 채 팩트를 선별하고 배열한다. 다소 맥락이 없어 보이는 경우도 있어 저자는 혼란스럽지만 불쑥 끼어든 에피소드나 이야기도 의도가 있거나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임을 찾아낸다.
일기 속의 인물은 현실 속의 인물과는 달리 타자 같은 면도 있을 수 있듯이 다산의 일기도 우리가 익히 알던 그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도 하다. 감정을 배제한 정치적 행위였다고 해도 일기는 일기이기에 속내가 드러나기도 한다. 시대의 모순 속의 갈등을 겪는 인간적인 모습 또한 들여다보게 된다.
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족보까지 뒤져 연결고리를 찾아낸 저자의 집념에 감탄하게 된다. 따로 노는 겉내와 속내를 감지하고 밝혀낸다.

다산은 왜 금정으로 좌천되었는가? 다산과 이승훈과의 관계, 금정찰방의 역할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은 천주교도를 검거하고 회유해서 양민으로 돌아가게 하는 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산은 빨리 숙제를 마치고 복귀하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 다산이 검거한 천주교인 김복성의 실체는?
✔ 김복성과 금정 역졸들의 천주교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었나?
✔ 다산이 당시 금정에서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행한 일은?
천주교에 얽힌 질문들을 통해 천주교인을 직접 검거하였던 이유는 감화의 모양새를 취해 사면을 얻고 감시망을 벗어나는 효과를 얻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겉으로는 천주교인을 검거해 공을 세워 복귀하기 위함이었고, 주진모 신부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접촉들이었다.
다산은 강학회를 추진하면서 이도명과 갈등과 충돌이 있었다. 이기전, 이상환, 이도명 등과 편지를 주고받은 연유를 살피며 서암강학회 모임의 분위기는 어떠했는지 등을 상세히 알게 된다. <서암강학기>는 속필로 바쁘게 오간 대화를 녹취록 수준으로 정리해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다산은 이렇게 <도산사숙록>으로 퇴계를 존모하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피력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33편의 반성문을 작성했다. 다산은 퇴계의 편지 한 통 한 통을 곱씹으면서 자신의 삶을 겸허히, 때로는 아프게 점검했다.
_ 288p
<도산사숙록>이 퇴계의 언행을 거울삼아 성찰을 담고자 했던 반성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심한 행위에도 상징적 의미를 얹어서 특별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의미들을 저자는 가늠해낸다. 저자는 다산이 자신의 생애에서 금정 시절을 가장 부끄러워했을 것 같다고 헤아린다.
✔ 정조가 다산에게 중화책을 내린 뜻은?
다산의 복귀는 자꾸 미뤄지고 정조는 다산이 자기 뜻을 거스른 일로 화가 나있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다산의 빈자리가 아쉬워져 중화절을 맞아 다산에게 중화책을 하사했다.
다산은 이준창을 붙잡은 공으로 벼슬을 하기 싫어 복귀하지 않았다. 명분을 세워 당당히 나가고 싶었던 것이다.
다산 나이 33세에 조정이 주문모 신부의 검거를 실패하면서 이 일과 관련되어 금정찰방으로 좌천되었던 5개월의 기록인 <금정일록>, 금정에서 상경 뒤 명례방 시절의 <죽란일기>, 같은 해 11월 규영부교관으로 복귀했을 다싱의 짤막한 기록의 <규영일기>, 이듬해 <변방소> 제출 이후 끝내 여론을 잠재우지 못해 곡산 부사로 밀려나기 직전까지인 <함주일록>의 기록을 담고 있다.
다산이 남긴 4종의 일기에서 양날의 검이었던 천주교에서 전향했으나 그로 인한 비방과 감시에 끊임없이 결백을 입증해야 했던 그의 처지를 알 수 있었다. 결백을 입증하는 도구로서 일기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다산이 처한 처지와 시대의 체제 앞에 서학이라는 거대한 체계와 마주하여 모순된 갈등을 겪은 한 인간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복귀하고 싶었던 의지가 <변방소>제출이라는 강수로 이어졌음을 알게 된다.
기존의 다산의 책과는 다르며 밀고 당기는 미묘한 긴장과 갈등을 담고 있다. 인간 다산과 천주교에 얽힌 속내를 알게 되는 일기들은 젊은 날의 다산에 대해 행동성향까지 더욱 깊이 알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