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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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의 대온실은 최초의 서양식 온실로 일제가 순종을 창덕궁에 유패한 뒤 왕을 위호한다는 명목으로 동물원과 함께 1909년 건립한 것이다.

서양 건축 양식으로 설계된 최초의 유리온실을 배경으로 역사 속 서사가 펼쳐진다.

건축구조의 섬세함과 아름다움 안에 숨어있는 비밀, 인간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신념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석모도 헤밍웨이 영두는 대온실 재건 과정을 담은 수리 보고서를 쓰는데 참여하게 된다.

창경궁 앞에서 오래 묻어두었던 과거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강화도에서 전학 와 낙원 하숙집에 머물렀던 시절은 미래를 낙관했으나 절망하게 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창경궁 대온실 책임자의 회고록을 접하며 설계도에 지하 보일러실이 있었고 그곳이 배양실일 수 있음을 예측하게 된다.

그곳에 예상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음을 감지하게 되고 그곳에 묻혀있는 진실을 들어 올려야 한다고 결심한다.



지금은 빈집이 된 하숙집에서 잔류 일본인으로서 일본에 연락 없이 안문자로 살아야 했던 문자 할머니의 비극적인 삶에 대해 알게 된다.

자신이 깊이 알지 못했던 할머니에 대해 알아가게 되며 지하 배양실 속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음을 감창경원에서 일어난 비극이 자하 배양실과 전쟁 수탈기에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온실 원예사 후쿠다는 신주쿠코엔에 온실을 지은 자부심을 바탕으로 조선으로 건너와 창경궁 대온실을 건설했다.

하숙집 사람들이 복작대던 집이 마치 얼어붙은 듯 적막했다. 철골 구조와 유리, 목재가 혼합된 근대 건축물은 창경궁의 수난사에서 앙상하게 살아남아 재건을 기다리고 있다.

​잔류 일본인으로서 국적을 감추며 살아야 했던 할머니와 한국전쟁까지 식물원 책임자로 있었던 박목주의 이야기는 억울한 이들의 진실과 진심이 굳지 않은 상처처럼 드러나게 한다.



대온실을 재건하며 드러나지 않았던 역사 속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그 속에 살아왔던 사람들과 주인공과 가족 그리고 가족 같은 이들의 이야기 또한 무너진 공간을 재건하기 위해서 마주해야 하는 진실을 담고 있었다.

기억은 시간과 공간으로 완성되는 건축물과 비슷하다. 너무 아음이 아프면 외면하고 싶어지는 과거가 있다. 과거를 끄집어 낸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아픈 역사와 마음의 상처로 무너진 공간을 복원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존재와 진실을 마주하고 진심을 다해 수리하고 재건하는 것이 역사이고 우리 인생임을 소설은 알게 한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창경궁 대온실을 둘러싼 역동적 서사가 궁금하신 분

▶ 픽션과 논픽션이 어우리진 역사소설을 읽고 싶은 분

▶ 부서진 역사와 삶을 재건하는 소설이 궁금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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