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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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뻗으면 수많은 책이 잡히는 오래된 헌책방에서 너덜너덜해진 나에게 건네는 인생의 휴가.

오래된 책이 주인을 기다리듯 먼지를 걷어내고 빛을 보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

스물다섯 살 다카오는 사내연애를 하던 남자친구에게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이별 통보를 받는다.

분노조차 표현 못 하며 참담한 나날이 이어졌고 퇴사를 결정한다.

폐인이 되어 집에 틀어박혀있는데 10년이나 만나지 않은 외삼촌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진보초 거리에서 헌책방을 하고 있으니 이곳에 머물며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마지못해 삼촌을 따라 곰팡내 나는 서점 2층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30년쯤 된 목조로 된 2층짜리 작은 서점 유리문 안은 책으로 가득했다.

할아버지가 세운 서점이 외삼촌까지 삼대나 이어져오고 있는 '모리사키 서점'이었다.

외삼촌의 이미지는 '고서점 주인'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다카코는 밀려오는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꿈을 찾아나는 꿀벌처럼 잠만 잤다.

책에는 전혀 관심 없던 그녀는 잠 못 이루던 어느 날 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쌓여있던 책에 손을 뻗어 읽게 되고 한 권한 권 맛있는 음식을 맛보듯 책을 읽게 되고 감동과 위로를 받는다.

한 권한 권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흔적들을 책 속에서 발견하고 예전에 그 작품을 읽고 감명받은 사람이 밑줄 그어놓은 부분과 감동받은 부분이 일치할 때 마음이 통한 것 같아 기뻤다.

​헌 책이 주는 소소한 기쁨과 함께 모리카시 서점이라는 헌책방에도 애정이 생겨났다.

서점과 진보초 거리 사람들과도 친해지며 가슴에 뭉쳐있던 먼지를 털어내고 점차 치유받는다.


삼촌은 소중한 조카의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도록 돕는다. 책과 사람의 온기로 치유받은 다카고는 서점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모리사키 서점의 생활이 자신에게 준 것을 잊지 않으리라 맹세하며 행복한 눈물을 흘리며 떠난다.

어느 날 5년 전 집을 나간 뒤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삼촌의 아내 모모코 외숙모가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는다. 고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고모는 5년 동안 어디에 있었던 걸까?

고모는 다카코가 살았던 서점 2층에서 머물던 어느 날 여행을 함께 가자고 한다.

책과 사람은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사랑도 사람도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전하면 먼 길을 돌아돌아 다시 마음이 닿게 된다.

​상처를 주는 것이 사람이기도 하지만, 꼭 끌어안아 주는 누군가가 있음을 기억하게 한다.

오래된 책일수록 먼지를 걷어내고 책장을 펼쳐보지 않으면 그 내용을 알 수 없듯이 마음도 펼쳐보지 않으면 읽어낼 수 없는 것이다.

손님은 많지 않아도 오래된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래된 책과 이야기를 나누듯 오래전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전하고 묵혀둔 마음 꺼내는 것은 곰팡이를 꺼내 비가 그친 아침처럼 촉촉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음을 건네는 소소한 감동의 아름다운 힐링 소설은 비가 내리다가 어느새 비가 그치고 마음에 햇살을 비추게 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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