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친절한 사람이 좋아. 하지만 친절은 덤 같은 거예요. 당연하게 요구할 수는 없어."
웅이는 조금 억울하다.
"내가 언제 강요했다고 그래요?"
잡혀 산다고 놀렸던 동창들 말도 생각나고, 어쩐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만 같다.
손이 델 것처럼 뜨거웠던 국밥 그릇이 미지근하게 식어간다.
슬아는 싸우고 싶어서 이 얘기를 시작한 게 아니란 것을 기억해낸다.
"맞아. 아빠가 강요한 건 아니에요. 나는 그냥 궁금할 뿐이야." - P261

복희가 와인을 꿀꺽꿀꺽 들이켠 뒤에 제안한다.
"여자 남자 역할 섞어버리면 되겠네. 헷갈리게~"
우리가 하려는 게 그거라고 여자들이 대답한다.
바꿀 수 없는 일에 관해서 오래 생각하지 않는 복희도 이따금생각한다. 그게 진짜로 못 바꿀 일인가? 손님이 올 때마다 복희에게 벌어지는 일이다. - P273

밤이 깊어간다. 서로가 서로의 수호신임을 알지 못하는 채로그들은 종교의 근처를 배회한다. - P297

복희는 다시 태평하게 부엌일을 하러 간다. 호르몬보다 더한무엇이 복희의 전신에 흐르는 듯하다. 그런 힘을 지니고도 그는어쩐지 가모장 같은 것을 꿈꾸지 않는다. 가부장이든 가장이든 아무나 했으면 좋겠다. 월급만 잘 챙겨준다면 가장이 집안에서 어떤 잘난 척을 하든 상관없다. 남이 훼손할 수 없는 기쁨과자유가 자신에게 있음을 복희는 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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