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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
시가 아키라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4월
평점 :

2년 전 누마지리 타카요는 사업에 실패하자 가정폭력까지 휘두르는 남편을 피해 일곱 살 아이를 데리고 도쿄로 도망쳐 온다. 싱글맘으로 열심히 살아나가지만 온갖 욕설에 시달리는 클레임 처리팀 상담사 일은 신경이상증을 가져오게 하여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가진 돈도 없이 장모를 꼬드겨 처갓집 재산으로 레스토랑을 하지만 실패한다. 결국 장모의 집은 빚보증으로 넘어가고 장인은 그 충격으로 사망한다. 치매에 걸린 장모는 큰 딸에게 얹혀사는 신세가 된다. 자신의 인생은 이 남자를 만나면서부터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싱글맘의 도쿄 생활은 녹록지가 않았다. 3개월이나 연체된 임대료를 열흘 안에 마련하지 못하면 강제 퇴거당할 위기에 처하고 만다. 혼자라면 모르지만 아이가 있기에 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시중은행은 물론 대부업체에서도 실업자에게는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SNS로 고객을 모집하는 인터넷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다. '미나미 씨'라는 사채업자는 유난히 친절하게 돈을 빌려주고 아이 키우기 등 사적인 고민도 상담해 주었다. 알바를 하지만 어느새 눈덩이처럼 대출금은 불어나게 되고 문자메세지로만 거래할 뿐 본명도 모르는 미나미 씨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아이가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행복하고, 친구가 피아노를 배우는 것을 부러워하는 모습에, 그럴 수 없는 형편에 마음 아픈 싱글맘.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그 절박함이 더욱 공감이 된다. 아이를 위해 일자리를 계속 구하고, 아이를 위해 힘들어도 높은 급여에 일을 하려다 병을 얻은 누마지리 타카요가 안타까웠다.
아이와 길거리로 쫓기지 않기 위해 돈을 빌리려 하지만 어디서도 대출해 주지 않는다. 이 소설은 일본 사회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일상적인 'SNS 불법 사채업'의 실상을 리얼하게 재구성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비단 일본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사채업자라고 하면 험상궂은 인상과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이 이야기의 사채업자들은 '소프트 사채'라는 좀 더 말랑하고 보통의 사람으로 접근한다고 하니 소름 돋는다. 돈을 빌리고 이자가 붙고, 이자를 갚느라고 원금을 갚지 못하니 사채 지옥에 빠지게 된다.
사채업자는 은근슬쩍 '딜리버리 헬스점'을 권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빛을 해결하기 위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게 되고 성매매까지 하게 된다. 처음에는 원금은 천천히 갚으라며 안심시키고 추가로 돈을 빌려주고 친절한척하는 가면 뒤의 흑막이 "악귀'라고 할만하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면 '이게 뭐지?' 응? 갸우뚱하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속았다는 사실조차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뭐지? 눈을 껌뻑이고 멈추게 된다. 옮긴이의 말을 읽고서야 속았다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근데 무엇을? 어디서? 왜? 속았는지 눈치채지 못한다.
결국 책의 카피처럼 '반드시 두 번 읽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렇게 두 번째 읽으면서 작가의 복선과 트릭에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이마를 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와~ 이걸 이렇게 속이네!' 인터넷 사채업자의 친절한 속임수처럼 아찔했다. 하지만 사채업자의 속임수는 마음 아프고 괘씸했지만, 작가의 속임수는 짜릿했다.
제대로 당했다는 전율을 느꼈다. 작가의 속임수에 속는 스토리는 재미있고, 돈에 무너지고 사채 지옥으로 삶이 무너지는 사람들은 안타까웠다. 가식으로 어려움에 빠진 이들을 이용하는 SNS 불법 사채의 시사 문제를 다뤘다는 점이 신선하다. 돈이라는 함정과 그것을 노린 사악한 이들의 함정에 대한 교훈을 주며, 작가의 함정에 제대로 속게 되는 신작 미스터리 소설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