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 감성 작가의 여행 에세이는 달라도 뭔가가 달랐다. 그것도 청아한 문체의 에쿠니 가오리이기 때문일까, 보고 들은 것이 전부가 아닌 자신이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상상한 것을 마치 소설처럼 써 내려갔다.

일상을 벗어나서 일까 평소의 자신을 벗어난 행동을 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을 위해 아동용 그림책으로 지리 공부를 했다는 그녀가 사뭇 재치 있고, 여행에 진지하며 세상에 대해 알고 싶은 호기심이 넘치는 어린아이 같았다.

 

전 세계를 여행하겠다던 친구와의 약속을 전 세계는 아니지만 실행하는 모습, 어린 나이에 세상이 겁날 만도 한데, 졸 거 없어! 하는 당찬 모습은 친구와 함께했기 때문일 것이다. 행사는 취소됐지만 버터빵을 사기 위한 여정은 포기하지 않는 패기 있는 귀여움이란, 먹고 싶은 것을 포기 못하는 끈기! 나도 그럴 때가 있어서 웃음이 났다.

서울에서 먹은 삼계탕은 온 세포에 쏙쏙 스미는 맛이었다고 한다. 저자의 맛 표현은 나로 하여금 그 맛을 상상하며 여행지에 데려다 놓기에 충분했다.

도착지가 아닌 출발과 경유지가, 경유하는 시간 자체가 더 여행의 설렘을 줄 수도 있다.

 

 

외국 라디오 방송에서 지구 반대편의 아침햇살을 느낄 수도 있고, 일상에서 여행을 발견하고 여행에서 일상을 발견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과자를 먹으며 인도네시아라는 나라를 상상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묘지를 산책하며 죽은 자의 집에서 잠든 사람들을 상상하며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그녀의 작가다운 상상이 나로 하여금 같은 상상을 불러내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 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먼 친척 아주머니처럼 문뜩 안부가 궁금해지곤 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이빨이 잘 빠진다는 말에 나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언제 어디서든 빠져도 당황은 안 한다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녀에게 멈춤이란 없다. 케냐를 못 간다면 불쑥 로마로 떠날 수도 있는 것이다. 로마에서도 아프리카를 느낄 수 있다는 재미를 알려준다. 여행의 추억에는 실수담이 빠질 수 없다. 나의 여행 실수담도 문득 떠오르면서 웃음이 피식~ 나왔고 그녀의 실수담은 귀엽고 유쾌한 웃음이 났다.​​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살아 있을 때 여행을 하던 사람이라면 뒤에 남은 사람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여러 장소에 가서 많은 것을 보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앞으로 나를 떠나보낼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여행을 많이 하고 싶다, 하고 쓰면 과한 욕심일까. 139p

 


 

낯선 의문의 음식을 먹었을 때, 황당한 물건을 발견했을 때, 적절한 반어법으로 표현해 낸다. 여행에 돌아온 후에는 나를 기다리는 집이 있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있다는 일은 감사한 일이다.

그녀의 여행은 때로는 무모하지만 풍성한 여행이었다. 발 닿는 대로 이동하는 여행이라니, 그런 여행을 꿈꿀 수 있다니 소설 같은 삶이 아닌가. 계획을 짜고 또 짜고 소설이 아닌 현실로 만드는 여행이었다. 지치고 난감할 때도 있었지만 두려움이 희망이 되고 환희가 되는 여행이었다.

 

여행은 떠나기 전에도, 떠나는 중에도, 떠난 곳에서도,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도 우리에게 그 시간의 서사 속에서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나를 마주하게 한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과 무모함을 넘어서면 만나게 되는 것들은 반짝이는 보석이 되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나만의 서랍 속에 자리 잡는다. 그것이 여행을 생각하고 떠나고 돌아와 일상을 살아가며 또다시 떠나고 싶어지게 하는 여행의 매력이다.

낯선 곳으로 떨어져 평소의 나와는 조금 다른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그래서 저자는 책의 제목을 '여행 드롭'이라고 정한 것 같다. 또 다른 나를 다른 곳으로 툭 떨어트리는 일..

에쿠니 가오리의 여행이야기들은 그녀의 경험들을 통해 여행을 한번 다녀온듯하게 하고, 또 다른 나와 마주하게 하고, 그런 경험을 하고 싶게 한다.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의 설렘을 느끼고 싶은 분에게 참신하고 소소하게 스며드는 여행이야기를 권해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