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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쏟아지던 여름
임은하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햇빛 쏟아지던 여름
임은하 글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출판
2019년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
한 줄, 한 줄 놓치고 싶은 부분이 하나도 없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었다.
책을 덮고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주인공 설이나 주인공의 고모할머니처럼 나 또한 위경련 같은
가슴앓이하는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햇빛 쏟아지는 여름>
지금 이 뜨거운 여름과도 참 잘 어울린다.
책을 모두 읽고 마지막에 어찌나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지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늘 이렇게 감동하는 서른여덟,
엄마 입장으로 읽어가는 <햇빛 쏟아지는 여름>은
작가의 메시지가 더욱 마음을 뚫고 후벼 들어왔던 것 같다.
그렇게 잔잔한 소설 하나가 종일 마음에 들어와 눌러앉았다.
박설, 솔직 당돌한 딱 요즘 아이들 같은 사춘기 소녀가 주인공이다.
설이의 중2의 여름방학.
사춘기 소녀는 2박 3일간 일류 디자이너이자 처녀인
60의 고모할머니와의 짧은 여행을 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내면 깊이 쌓아 둔 아픔과 그리움으로 가득한
설이는 이 여행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어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며 성장한다.
동생을 임신한 새엄마와 아빠와 여름휴가를 함께 가는 것이 싫어
고모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된 설이는
괴팍하고 특이한 고모할머니가 평생을 마음에 담아두고
살아온 할머니의 첫사랑 부고를 듣고 그분이 계시는 섬으로
여행을 떠나며 할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17살, 오빠의 학비를 위해 18시간 동안 먼지 가득한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며 자신의 인생보다 가족을 위해 헌신한 고모할머니,
할머니의 첫사랑 이야기,
섬을 가던 중 만나게 된 할아버지의 영혼과 대화,
할아버지의 소개로 가게 된 전시회에서 만난 섬마을
작은 고흐 서주.
이야기 등장하는 인물들 누구 하나 특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설아가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게 된 후
미술학원, 입시학원에다 유난스럽던 엄마,
미술학원에 가서 자신의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설아가
엄마와 싸우면서 3일간 대화를 하지 않다
갑작스럽게 맞은 엄마의 죽음 앞에 목놓아 울 수 없었던
아이가 마지막 오열하는 부분이 내내 마음이 짠했다.
9살 아들이 벌써 엄마와 기 싸움을 시작하고
늘 잔소리로 하루를 가득 채우는 내가
내 아이에게 어떤 냄새로 남을지 무엇을 희망하는지
느낄 수 있던 <햇빛 쏟아지는 여름>
살아온 시간들이 달라서 언어가 좀 다를 뿐이라며
어른들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던 낯선 할아버지의 묵직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 표지를 보고 재미가 없을까 싶었던 느낌의 책.
미적 감각이 없었던 것일까?
내용을 알고 나니 고흐의 노란 빛을 닮은 표지가
너무 따뜻하고 근사하다.
섬마을 작은 고흐 서주 생각에 표지를 몇 번이고 다시 봤다.
아직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이 얽히고 얽혀
두서없이 소감을 적어간 듯하다.
이 뜨거운 여름날 조금 큰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진한 감동을 공유하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