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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도 행복한 교실 - 독일을 알면 행복한 교육이 보인다 ㅣ 알면 보인다
박성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책장을 넘겨가며 같은 글들을 무터킨더님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때의 느낌을 회상했다. 그것은 신선함에 대한 충격이었다. 요즈음 그분의 블로그에서 교육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그리고 손에 쥐어지는 책의 뒷부분이 엷어지면서 다가오는 느낌은 당연함이었다. 교육에 대하여 무터킨더님이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우리에게도 당연한 것이었고, 막연하게나마 그렇게들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그런 당연함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야 하는 것일까..
우리사회에 경쟁은 미덕이다.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함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모두를 좀 더 나은 삶으로 이끈다는 어떤 맹신은 이제 하나의 보편철학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행복하지가 않다. 끊임없는 경쟁의 소용돌이가 돌기 시작한지 수십년이 되었지만, 우리는 점점 더 각박하고 인간미가 없으며, 누군가가 돌려대는 쳇바퀴에 보조를 맞추느라 옆을 돌아볼 새도 없이 열심히 뛰어야만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커녕, 점점 빨라지는 쳇바퀴의 속도에 비례하여 불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쳇바퀴속에서 미친듯이 뛰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자신이 베팅한 말에 미친듯이 소리지르는 경마장 도박꾼마냥 이성을 잃은 응원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냉정이나 객관적 사고는 불가능하다. 도박이 그러하듯, 미친 경쟁에서 다수자는 낙오하는 사람들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니 당연함이 신선한 충격일 수 밖에..
이 책은 조용히 그리고 경험을 통해 차분하게 우리가 미쳐있음을 경고한다. 그리고 대안을 찾으라 말하지 않고, 어서 제정신으로 돌아와 올바른 길을 걸으라 말한다. 교육의 보편적 취지는 독일이나 한국이나, 어느나라나 같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면, 우리의 아이들이 배움을 통해 즐겁지 않고 괴로움만 쌓여간다면, 그건 보편성을 벗어난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증거이다. 정답은 아니더라도, 배움을 통해 즐겁고 행복해하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만드는 교육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비이성과 잘못된 방향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라 생각한다.
두 아이를 온전히 독일에서 키운, 한국의 자녀교육을 겪어보지 못한 부모의 지극히 개인적 견해라고 폄하하지는 말자. 그 이유에 대해서는 추천사에서 명결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설령 무터킨더님의 학생시절 경험이 비교의 바탕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 책이 우리사회에서 '먹히고'있다는 것은 우리교육의 모습이 예전보다 더 악화되었으면 되었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증거일테니 말이다. 무터킨더님의 부모로서의 소중한 경험이 모인 이 책이 부디 늦은시간까지도 베팅 건 도박의 레이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당장의 해방은 아니더라도, 교육의 목적은 무엇이고 교육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당연하지만 새롭고 신선한 고민을 시작하게 만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