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나는 그닥 잘 읽어내는 편은 아니다.  문장, 구절들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더라도 곧잘 잊어버리거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통독으로 일관하는, 그것도 짬짬히 읽어가는 다독의 독서습관은 깊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치명적 단점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들을 읽는 습관은 잡학의 의미에서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행위이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그 분야의 기본지식없이 책을 읽음으로서 기본적인 맥락의 파악조차도 못하고 어거지로 읽기만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깊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통독의 습관으로 기본지식없는 특정분야의 책을 어거지로 읽어내는 일은 생각해보면 독서의 아주 좋지않은 모습이지만, 뒤돌아보면 나는 이런 재앙적 독서를 종종 해왔던 것 같다.


  책을 제대로 읽어낸다는 것은 저자의 의도를 분명하게 파악해내며, 독자의 경험과 지식이 책의 내용과 마주치며 만들어내는 결정을 온전하게 담아두는 의미일 것이다.  고전의 경우가 그러한 독서에 가장 잘 맞는 독서의 대상이 아닐까.  시대와 인생의 의미가 작가의 의도로서 선명히 드러나며, 독자의 경험과 생각이 많을수록 그런 의미와 의도를 쉽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튼 박웅현의 독서법은 이런 나로 하여금 독서의 새로운 방식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짬짬히 읽는 습관은 어찌할 수 없겠지만, 다독보다는 단 한권의 책이라도 좀 더 자세히 읽는 습관을 들이며, 깨끗하게 책을 읽어나가는 것보다는 중요하다 생각하는 부분에 줄을 쳐 가면서 읽고 그것을 나중에 다시 타이핑함으로써 다시 한 번 의미를 상기하는 방식 말이다.  한가지 더 붙인다면 일반적인 책보다는 좀 더 근간적인, 어려워도 깊은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책들을 읽어나가는 것이다.  


  인문학이라는 단어 또는 학문의 정의가 엄밀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이 책이 '인문학 강독회'라는 말에 과연 어울릴 것인가 하는 의문을 읽는 내내 품고 있었다.  '나는 책을 어떻게 읽었다'는 의미에서 강독이라는 말은 납득할 만 하지만, 내용의 많은 부분에서 자신이 읽은 책의 구절을 풀어읽는 정도의 설명을 인문학적 책읽기라 하기엔 너무 약한 느낌이다.  독법이란 다양하지만 그의 독법이 일반적인 범주안에서 특이하지는 않고, 광고인의 입장에서 딱 그 정도의 깊이와 시선으로 책의 문장을 바라보는 모습이 분명한데, 이를 인문학적이라는 수사까지 써 가며 홍보하는 것은 그의 의도인지 아니면 출판사의 의도인지 궁금해지기까지 하다. 


  물론 나의 깜냥에 그의 독법은 분명 본받을만한 방식이고, 박웅현이라는 인물이 궁금해져서 집어든 책이 나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엔 조금 부족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독했다 하지만, 독법이 부족한 입장에서 책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뭐라 할 깜냥도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의 강독은 인문학적이라 표현할 만한 감수성을 깨우기에는 많이 부족해보인다.  다만, 독서근력을 이제 막 키우려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독법에 대한 입문서로서 아주 훌륭한 책이 되어주지 않을까.  나에게는 그의 독법을 통해 내 독서방식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로만 남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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