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사람들 - 육체파 지식노동자 김남훈이 만난 30인의 인생 필살기
김남훈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삶의 진정성이라는 것을 가끔 고민해본다.  어떻게 사는 것이 어디까지 행동하는 것이 과연 진정성의 범주에 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단지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 말하기엔 세상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고 주어진 것에 대한 비판역시 때로는 첨예한지라 고민은 시시때때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주어진 길을 아무생각없이 따라오다보니 제도가 주는 자격증을 토대로 사회에서의 한 역할을 도맡게 된 처지인지라, 뒤늦게 시작한 고민은 종종 소소한 자괴감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리고 현재의 나의 삶엔 진정성이 존재하고 있을까라는 고민에서는 일말의 괴리감과 소심함을 느끼곤 한다.  뭐 고민을 이어나감은 좋다 생각한다.  진정성이란 현재의 고민을 바탕으로 사고와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꾸어간다는 것이라 한다면, 난 지금의 나의 삶에 진정성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나름 진정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다.  그 표정은 온실에서 편하고 귀하게 자라 살면서 인상을 쓸 일이 그닥 없었던 사람들이 보여주는 밝음과는 조금 구분되는 면이 있다.  진정한 사람들의 밝은 표정에는 나름의 부지런함을 수반한다.  학회차 서울행에서 우연히 들른 이 책의 출간기념번개에서 만났던 김남훈씨나 이 책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의 모습은 그러했다.  자신의 삶에 나름의 진정성을 심어가며 살아간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 책에서도 여러 대목에서 보여주지만, 진정함을 지키기 위해 겪었던 어려움과 아팠던 과거나 현재는 살짝 건드리는 순간 그들 특유의 밝은 표정은 잠시 사라진다.  그러고는 마음을 조금 가다듬은 후 다시 표정을 추스린다.  그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쉽게 따라할 수도 없는 그들만의 특징일 것이다.


  잠시 만났던 그들을 그 순간에 다 알 수는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만났던 그들을 알게 되고, 만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그들을 거울삼아 비추어보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드라마틱까지는 아니라도 나는 내 인생을 타인에게 이야기할 때,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당장 김남훈씨가 나를 만나 인터뷰를 한다면, 나는 내 삶의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나를 보고 생각하는 내 인생의 필살기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다시 되돌아가, 내 삶의 진정성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일련의 인터뷰집이 많이 발간되던 시기가 있었다.  깊이 있는 질문이 유도하는 풍성한 대답은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의 꺼리와 깊이를 유도하는 작업이었다.  그에 비해 이 책은 마치 거울같은 느낌이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진정성있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만남으로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런 방식의 인터뷰는 정말 신선하다.  깊은 생각이나 깨달음은 그리 많지 않지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자는 죽을때까지 싸운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김남훈씨를 알게 된다는 것 자체로도 '남자의 진정한 삶'의 일부를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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