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털 - 노순택 사진 에세이
노순택 글.사진 / 씨네21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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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했던 이유는 그저 글을 쓰고 싶었다는 마음때문이었다.  낙서장으로 시작한 블로그는 어느 순간 사진이 없으면 가시성이나 내용이 단조로워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은 이후부터 블로그 포스팅을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사실 포스팅을 위해 사진을 찍는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게 되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피사체가 되어준 사람들에게 보낼 사진이 아니라면, 포스팅을 염두에 두지 않은 사진들엔 조금 소홀해지고 있었다.  여튼 나의 블로그 활동에 사진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하이엔드 레벨의 사진기로 특별한 조작기술없이 장면설정을 통한 연출만으로 찍어올리는 사진이지만, 주제를 설정한 사진들은 희미하지만 나름의 특징이나 분위기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내 블로그에서 사진이 일순위로 중요해진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글쓰기를 일차적으로 고민하며 블로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은 다만, 글을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서 글과 함께 게재된다.  그러기에 처음부터 다짐한 것은, 사진을 설명하기 위해 글을 쓰지 말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키기 매우 힘든 다짐이었다.  어떤 포스팅이나 특정 카테고리의 글들은 어쩔 수 없거나, 떠오르지 않는 글을 억지로 써야 하거나, 무의식중에 저절로 사진을 설명하는 글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나의 다짐과 비교해보면 그런 포스팅은 조금 부끄러운 글들이 되어버렸는데, 뒤돌아보는 나의 블로그에서 그런 포스팅들이 심심찮게 발견되는 걸 보면 나도 참 염치없는 사람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도 앞에서 밝혔듯이 서로 상보적으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끌어주는 글과 사진의 관계는 나의 블로그에서도 추구하는 정말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글의 내용과 사진의 모습이 뭔가 어울리지 않더라도, 종국에서는 왜 이 글과 사진이 어울릴 수 밖에 없는가 하는 깨달음을 주는, 그런 포스팅으로 내 블로그를 채워나가고 싶다.  그리고 그런 글과 사진이 깨달음 이후에 주는 마음의 울림까지 만들어줄 수 있는 힘을 가진다면, 나는 블로거로서 더할나위없는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과 바램을 가진 나는 이 책을 엮어낸 저자가 무척 부러워질 수 밖에 없다.


  글을 읽다가 사진을 보면 때로는 왜 이 사진인가 라는 의문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또는 사진먼저 보다가 글을 읽으면 좀 생뚱맞게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종국에서는 왜 그 사진인가 또는 그런 글인가를 알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 한쪽을 은근하게 후비며 배지근한 열감을 자아내는 섬세함 또는 깊이가 느껴진다.  저자는 사진작가인가 아니면 글쓰는 이인가 싶을 정도로 글과 사진의 조합은 정말 애틋하다.  그것이 시대를 공감해온 근저의 시사성있는 주제이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날선 칼로 베기보다는 둔중한 누르개로 지긋한 힘으로 눌러 배어나오는 진액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여튼, 사진과 글의 조합이 보여주는 어울림과 차분함은 블로거인 나에게도 무척 인상적이며 본받고 싶은 작업이자 능력이다.  그런 깊이는 어디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진의 기술을 터득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 없으나, 글의 깊이와 글과 사진의 애틋한 조합은 욕심부려보고 싶은 요소이다.  단편의 나열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장을 덮고나서도 이어지는 어떤 여운은 쉽게 넘어볼 수 없는 높이임을 직감하기에 나의 욕심은 아직 오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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