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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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자의 시선으로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듣는다는 것, 또는 타인에 의해 나의 모습을 이야기듣는다는 것은, 때로는 기분이 그닥 좋지 않은 일일 수 있지만 대체로는 내가 몰랐던 나 자신이나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은 일종의 각성이기도 하다.  나 또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적응하여 무감각해져버려 어떤 의식도 작용하지 않을때, 각성은 감각을 깨우고 되살려 주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타인이나 타자에 의한 각성은 나 또는 우리의 삶이 무뎌지거나 고리타분해지거나 꼰대가 되어가는 현상을 견제해 줄 수 있는 훌륭한 기제가 될 수 있다.


  다른 각도로 보자면, 나 또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타자나 제 3자는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 보면 말하는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이나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그가 나 또는 우리에게 부정적이고 비판적이기만 한지, 아니면 비판은 하지만 애정이 느껴진다던지 하는 짐작 말이다.  상호교류의 측면에서 보자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서로가 공감하고 애정을 가질만한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의 저자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무척 깊은 듯 하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한반도의 역사까지 공부해서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은 어떤 한국인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 있는데 제 3자적 입장에서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잃지않고 적당한 깊이로 꾸준하게 이어나가는 필력과 한국에 대한 이해는 정말 감탄할 만 했다.  그의 한국에 대한 사랑과 애정의 깊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몇가지 거슬리는 내용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나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좌파진영이라 말하는 것은 좀 더 깊은 사고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경제관련분야에서 일한 사람답게 경제부분을 이야기할 때에는 좀 더 명쾌하고 경쾌한 흐름을 느낄 수 있었는데 한국근대사의 경제적 측면을 너무 비화에 치중하여 흥미위주로 풀어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저자가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진 책인데, 인터뷰 대상자들의 대부분이 평범한 사람들이거나 정서상 일반론의 범주에 들수 있는 사람들이라 좀더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질 수 있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편향은 존재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그가 서술과 사고의 기준을 조금만 좌측으로 옮겨서 인터뷰이들을 선정하고 만나러 다녔다면 쉽게 드러나지 않는 한국사회의 이면들을 접하며 이야기가 좀 더 깊어지고 객관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실 사회의 흐름과 변화에 대해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는 한국인이라면 이 책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내용이고 그 수준에서 약간의 깊이를 더한 정도일 것이다.  어찌보면 리트머스 시험지같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면 과연 나는 우리사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하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고, 조금 심심하다면 저자가 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나의 사고는 어떤 편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와 함께 K-POP이라는 문화나 음악이 생산되고 관리되는 방식에 대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그가 그 분야 관계자들을 만날 수 없었다니 더 이상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할 꺼리들이 만들어지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여튼, 이 정도로 한국사회를 깊이있게 이해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외국인이라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다.  애정어린 비판은 앞에서도 언급했듯 서로간의 공감과 교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후문으로는 그가 서울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파는 펍을 경영하고 있다니, 서울에 나들이 갈 일 있으면 한 번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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