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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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느끼게 되는 어떤 답답함, 조여드는 듯한 기분, 우울함, 그리고 괴기스러움..  대표적인 비극답게 한 권에 담긴 모든 것들은 하나같이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괴기스러움은 유령과 같은 어떤 영적인 존재가 아닌 작품속에서 실존하는 인물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그런 분위기가 차라리 유령이나 귀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덜 비극적이거나 덜 음산할 지 모르겠다.  그 주체가 인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비극적이고 음산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원한을 품은 인간의 독한 의지가 나약한 인간들을 잠식하고 정복해가는 과정은 무척 잔인하다.  마치 한정된 공간안에서 먹이를 맘대로 몰아대다가 하나하나씩 잡아먹는 맹수와도 같다.  작품안에서는 다행히도 시선을 맹수와 먹이 모두를 바라볼 수 있는 3자의 시선으로 설정하여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만으로 마무리할 수 있지만, 맹수 히스클리프의 입장에 동일시되기보다는 잠식당하는 워더링하이츠 사람들에 동일시되기 쉬워 위기에 따른 긴장감 역시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다가오는 요소이다.


  작가의 감성과 환경이 작품의 내용과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 작가는 얼마나 우울한 삶을 살았길래 이런 스산한 비극을 만들어냈을까?  향수병과 고독, 지병에 따른 젊은 나이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작품에서 느껴지는 한기가득 서린 비극만큼이나 커다랐던 것일까?  동시에 지금의 시대엔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  여성들의 수동성과 제도에 엃매인 채 스스로 일어설 수 없었던 분위기, 그리고 고립된 채 근친에 가까운 사랑과 관계를 유지해나가야만 했던 상황은 작가의 시대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그런 것들이었을까?  비극은 사람을 우울하게도 만들었지만, 이 시대엔 이해하지 못할 등장인물들의 나약함에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껴야만 했다.


  희망을 일찌감치 포기당한 채,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신체와 자존감을 잠식당하는, 증오와 한기가 가득 배인 비극으로 철저하게 빠뜨리는 모습은 어쩌면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되는 정밀한 구성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마도 추측을 넘어서는 어떤 최악의 경험이 작가에게 있을지 모를 일이다.  개인이 겪은 최악의 경험이 세상에서 가장 인정받는 비극문학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런 아이러니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도 답답하기만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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