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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K, 교회를 나가다 - 한국 개신교의 성공과 실패, 그 욕망의 사회학
김진호 지음 / 현암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종교적 영성이 사회 안에서 어떤 긍정성을 발휘하는 모습을 크게 느껴본 적은 없다. 단지 종교로 인한 개인의 긍정적 사고가 사회시스템 속의 성실한 톱니바퀴로서 열심히 움직이게 하고 그럼으로서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든 '잘 굴러가는' 모습만을 자주 보았을 뿐이다. 이게 긍정적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개인이라는 톱니바퀴들이 모여 작동중인 사회시스템의 모습, 그리고 굴러가는 방향에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과 개인간의 관계를 강조하는 종교적 영성은 사회성에 대입함에 있어 어떤 맞지않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종교적 영성을 가르치고 키우는 종교시설 - 그러니까 여기서는개신교로서의 교회 - 은 사회 속에 존재하고 작동한다. 영성과 교회와 사회, 이 세가지의 존재적 입지는 적어도 나에게는 뭔가 딜레마스런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
영성의 문제는 개인적인 특질도 가지고 있기에 일단 뒤로 미루어두고 교회와 사회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요즘엔 교회에 대한 수많은 비판이 쏟아져 나오며 '교회사업의 위기'가 회자되고 있어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구한말 선교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종교가 사회속에서 어떻게 역할해왔으며, 그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교회의 모습으로 성장해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현재의 교회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왔는지를 알려면 이 책이 아주 요긴해보인다.
종교의 형태적 모습으로서 교회는 분명 한국사회의 역사안에서 불안과 위기로 응어리진 인민의 답답함을 안으로 품고 위로함으로서 스스로의 사회적 역할을 해 낸 면이 분명 존재한다. 그것은 일제강점기부터 독재시대를 거쳐 90년대까지도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긍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이다. 인민들의 답답함과 응어리를 품어서 어떠한 사회적 열망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채 삭아내려 주기만 하던 교회는 서서히 답답함과 응어리를 만들어내는 사회의 모습을 닮아간다.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사회의 모습을 닮은 교회는 더이상 인민들의 의지처가 되지 못하고 자본에 의해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속에서 적응에 실패한 채 결국 비판의 대상이 된다. 우리가 지금 보는 교회의 모습은 자본을 거머쥔 기업이 생존해가는 모습 그 자체이다.
이 책이 그리는 교회에는 영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철저하게 사회안에서 교회의 역할만을 분석하고 비판한다. 영성의 문제는 일단 철저히 배제시킨 채, 한국근대의 역사속의 교회부터 철저히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저자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비판의 의견을 내놓는다. 그리고 교회의 위기속에서 하나 둘 피어나는 작은 대안들의 모습을 제시한다.
솔직히 나는 영성의 문제에 있어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어떤 영적 체험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성적 사고를 가져보려 노력한 때도 있었지만 내겐 쉬운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생각에는 사회성이 결여된 영성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고민해본다. 영성과 교회와 사회의 공존에 있어 딜레마스럽다고는 했지만, 개인의 영성과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그런 요소들이 모인 사회의 구성을 생각해보면 세가지는 반드시 딜레마를 품어서는 안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 딜레마를 극복하는 일이 사람들이 바라는 세상의 바른모습과도 일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