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 팻,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
돈 쿨릭.앤 메넬리 엮음, 김명희 옮김 / 소동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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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에 대한 의학적 이야기를 해보자면 일단 성인이 된 신체의 대략 30%를 지방이 구성한다.  지방은 몸 안에서 세포를 구성하고 인체에 필요한 물질을 흡수하는데 필수 역할을 한다.  동시에 탄수화물, 단백질과 함께 에너지원으로서 작용하는데 단위무게당 열량은 가장 높다.  그러니까 지방은 우리몸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성분인 것이다.


  문제는 우리몸에 지방이 얼마나 있는 것이 가장 적절한가 일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이상의 고차원적인 문제들이 어렵지않게 해결되는 사회가 되었고, 인간은 점점 더 움직임이 적어지다보니 몸에 지방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에 인간의 대응은 의학적 견지를 앞세워 지방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했고 한발 더 나아가 인간사회의 보편인식으로 들어오며 지방은 적이 되어버렸다.  신체에게 필요한 적정량이라던지 유전자나 환경적응에 따른 지방비율은 깡그리 무시되었고 소위 잘산다는 사회에서 인간은 지방과의 전쟁을 치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지방없이는 살 수 없다.  지방은 환경안에서 인간생존의 필수요건이었고, 권력의 상징이었고, 경제사회를 유지케하는 삶의 수단이었다.  동시에 인간관계를 유지케하는 매력발산의 필수요소이자 성적 소통의 매개였다.  지방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교류와 관계형성에 있어 또다른 대화의 방식을 제공하며 산업사회는 지방을 유통시키며 한 사회의 문화를 점령하기도 한다.  지방을 적대시하며 존재감을 망각한 인간은 사실 자신의 삶과 역사를 살아감에 있어 지방이 없이는 불가능함을 다시금 깨달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이어트의 열풍시대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인간에 있어 매력을 느끼는 이성의 몸매는 지역과 환경마다 다르다는 내용이다.  쇄골이 드러나도록 깡마른 몸에 가슴만 비정상적으로 큰 모습이 일반적인 매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르네상스시대의 유럽뿐만 아니라 환경속에 존재하는 지역마다 풍만한 몸매는 저마다의 소소한 차이안에서 성적매력을 발산하는 필수조건이다는 것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자면, 매스미디어와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시선의 왜곡이 이성에 대한 자연스런 매력마저도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에게는 매력적인 모습이나 원하는 모습을 따라하려는 경향은 존재하지만, 매력적이며 표본이 되는 모습은 정해져있지 않다.  결국 지방과의 전쟁, 다이어트라는 강박은 조작된 이미지에 대한 동경이고 이를 활용한 하나의 산업자본순환은 굴러가게 된다.  


  지방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문화인류학적 관점과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재밌다.  마치 이제껏 깨닫지 못한 본능속의 한 지점, 그러니까 우리의 몸과 의식이 지방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지내온 본능을 드러내는 느낌이다.  동시에 살이 찐다는 것에 대한 죄의식과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인간의 몸은 환경과 유전적으로 세팅된 대로 스스로 지방비율을 유지하며 형태를 만들어간다.  단지 input과 output을 조절하며 활동과 운동을 해나가야 한다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지방을 존중한다는 것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인정을 인간의 몸에도 적용시켜 인문학적 긍정과 합리를 추구하는 일이다.  왜곡된 이미지 안에서 인간은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야하는 로봇이 아니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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