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충격적 보고서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역사이후로 정치는 사회의 운영과 개인의 삶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었다.  세상엔 여전히 정치의 흐름과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자신들의 삶과 무관하다며 아무런 관심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많지만, 정치와 개인의 삶은 따로 가지않을 수 없음이 진실이다.  문제는 이를 깨닫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의 탈이념성, 삶의 굴레에 매여 깨달을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의 현실이다.  어쩌면 탈이념과 속박된 삶도 사람들로 하여금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만드는 정치의 한 움직임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와 삶의 밀접함을 느끼는 것도 대개는 관념적이었다.  정치가 삶에 영향을 준다면, 나쁜 정치에 대해 개인의 삶은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하는 걸까 하는 고민에 대해서는 나올 수 있는 답은 그닥 몇개 없었다.  거대한 사회를 조직하고 움직이기 하는 정치에 맞선 한 개인의 저항의 초라함은 그래서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또다른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연일 것이다.  통계에 익숙하고 교도소 수감자들의 교화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정신의학자가 정치와 삶의 관계를 분석하여 객관적인 물증을 내어 구체적으로 설명해냈다는 것은 말이다.  하지만 이제껏 탈이념과 무관심, 관념성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줄곧 고민만 하던 이들에게 이런 명쾌한 답은 너무도 반가운 일일 것이다.  답의 명쾌함은 너무 간단하기까지 하다.  결국 '투표 잘해라.'라는 이 답.  이 책은 적어도 이 답에 대해서는 이견조차 내밀지 못하도록 상세하고 분명하다.


  이미지의 정치속에 숨어있는 저들의 의도, 정당정치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이 책의 내용과 대입해보면 오히려 우리의 선택을 분명하게 해 준다.  보수의 기득을 위한 정치적 행보는 소수 가진자의 이득을 위해 이루어지며 대다수 국민들의 어려움은 개인적 수치심과 자괴감으로 빠져들어 그것이 결국 자살과 살인의 심리적 기제로 작용한다.  반대로 진보(라고 일단 표현하자.)의 정치적 행보는 소수 기득권보다는 다수 국민의 분배문제에 집중을 하고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정과 평온의 심리를 형성케 하여 자살과 살인의 심리적 충동을 감소시킨다.  게다가 보수와 진보가 보여주는 자살과 살인율의 증가속도와 감소속도는 저자가 말한대로 치명적 전염병의 증가속도와 감소속도의 양상을 보인다는 데 있어 상당한 의미를 보여준다.  비유하자면 보수와 진보는 치명적 중독성 약물과 이를 해독해주는 해독제의 관계랄까.  이런 관계를 정신심리적 분석기법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 역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분명한 이해를 하게 만든다.


  물론 이는 미국내의 문제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집권한 두 보수세력의 집권에 따른 미국내의 자살과 살인율, 그 증감속도의 변화는 통계적으로 분석되었고 두 정당의 성향역시 분명하게 밝혀진 바이다.  그러면 이 결과를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집권정당에 따라 비슷한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성향적인 부분에 있어 극우 기회주의정당인 새누리당과 우파정당인 민주당을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에 그대로 대입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와, 우리 정치환경에 분명히 존재하는 중도보수정당과 온건좌파정당, 그리고 정통좌파세력으로 결집하려는 소수세력의 존재환경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살과 살인율이 감소하는 그나마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가 극우 기회주의정당에게 표를 주는 '미친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때문에 개인적인 이유로 사람이 죽고 죽인다는 게 언뜻보면 이해되지 않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납득하지 않을 수 없는 분명한 현상이고 분명한 현상앞에서 우리가 '미친짓'을 한다면 그건 개인이나 집단이 '미쳤음'을 자인하는 일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왜 우리가 제정신을 차리고 '미친짓'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객관적 통계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 우리는 스스로 미쳤음을 자인하는 꼴은 좀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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