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의 몸 건국인문총서 2
몸문화연구소 지음 / 쿠북(건국대학교출판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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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법철학 서문에 있다는 글에서 시작해보자.

  "여기가 로도스 섬이다.  여기에서 춤추어라."

  이 문구를 인용한 저자들은 몸이 거하는 일상의 판에서 몸의 이미지와 표현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시각은 다양하다.  인간본연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이미지, 시대에 따라 변하는 몸의 이미지를 따라가려는 인간의 노력, 억압에 저항하는 몸의 움직임과 이미지의 구성, 예술의 방식으로 표현되던 몸의 이미지 등등..  일상안에 존재하는 몸과, 몸이 움직임으로 채워가는 일상은 역사와 현재의 시간안에서 춤을 추듯 서로 엉겨 존재해왔다.


  가끔 나는 내 의식과 분리된 몸을 생각해보곤 한다.  내가 노화의 과정을 거쳐 수명을 다하면 나의 의식과 분리된 몸은 썩어 없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이후의 나의 의식은 어디에 거해야 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가져보곤 했지만, 그것은 아무도 모를 일.  일단 나는 나의 의식이 거하는 내 몸을 활용하고 움직여 시간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일상을 채워나가야 한다.  그것이 지금 당장 나의 의무이기도 하고 그것이 어떤 모습이던간에 내 몸의 기력이 다하기 전까지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일상에 존재하는 내 몸의 이미지와 행동은 사회에 매몰되어 수많은 영향을 받아낸다.  결혼과 가족이라는 테두리안에 둘러싸여 욕망과 감정관계의 자기검열을 강요받고, 세상은 몸짱이라는 표현으로 그것을 건강과 결부시켜 '건강한 몸의 이미지'를 강요한다.  그것은 자본순환의 부품으로 쉴새없이 움직여야만 하는 현시대의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좀 더 건강한 부품이 되기 위해 시간을 쪼개라는 반강요가 되고, 그렇게 지친 몸과 의식은 브라운관 안에서 과도한 노출로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내며 노래하는 젊은 여성들을 바라보며 관음증적 시선을 통해 또다른 몸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직업이 의사인지라 몸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과의 싸움도 만만치 않다.  과로를 강요하는 사회에 맞서기보다는 병원에서 한알의 약으로 과로와 질병을 단숨에 해결하고 다시 과로의 사회로 자신의 몸을 내모는 사람들과의 싸움.  그리고 강요된 이미지에 자신의 몸을 성형을 통해 획일화된 미의 테두리 안으로 넣으려는 사람들에 대해 저항의 권유, 그렇게 미의 테두리 내 진입에 실패한 이들을 위한 의학적 돌봄의 역할.  자연적 욕망에 대해 의학적 도움을 갈구하는 이들에 대한 심정적 지지 등등.. 일상은 하나의 전쟁이자 저항이고 어수선한 난장판이자 어렵게 만들어가는 작품이기도 하다.  일상속의 몸은 의식하는 개인과 의식하지 않는 개인의 구분을 떠나 그렇게 각자의 모습으로 한 배를 탄다. 


  일상속의 몸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충분한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사뭇 어렵기도 하고 쉽게 다가가지지도 않는 단점을 가진듯 하다.  어렵지않은 의미전달이라는 것은 점점 가볍고 쉬운 것으로만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회변화때문에도 요구되고 있지만, 필자의 의미전달능력이라는 의미도 있어 때론 인문학의 소외가 이런데서 기인한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몸과 일상이라는 어쩌면 평범할수도 있는 주제를 이렇게 인문학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평범해서 잘 느껴지지 않는 첨예한 부분을 깨닫게 해 주는 의미있는 작업임엔 분명하다.  조금만 더 쉽고 친근한 내용의 글들이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만 아니라면, 평범함에 묻힌 일상과 몸이라는 주제를 첨예하게 드러내어 호기심마저 충족시킬 수 있었던 재미가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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