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의 진실 세트 - 전2권 - 사람 냄새 + 먼지 없는 방 평화 발자국
김수박.김성희 지음 / 보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나의 입장도 다른 많은 누군가와 마찬가지로 삼성자본을 비판하는 입장이지만, 과연 그것이 얼마만큼의 정당성과 온당함을 가지고 있는지에는 솔직히 자신있게 말하기가 힘들다.  이제는 외국의 번화가에 걸린 삼성의 광고를 보고 자랑스러워하는 천박함에서 벗어나고 한 나라의 시스템을 장악하려는 그들의 파렴치함에 비판의 시선을 가지는 정도는 되었지만, 나 개인은 삼성자본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당장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컴퓨터와 항상 들고다니는 스마트폰안엔 삼성의 반도체가 들어있고 집안에는 삼성가전제품이 있으며, 장보기는 종종 삼성자본의 유통망안에 존재하는 대형마트를 이용한다.  비판의 시선을 가질수록 마음만 불편한 이 현실앞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삼성자본의 틀을 벗어날 수나 있긴 한걸까?  설령 온전히 벗어난다 해도, 우리는 그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을까?


  '사람냄새'의 작가 김수박의 말대로 우리의 욕망이 얼마만큼의 악을 묵인하거나 용서할 수 있을까?  이미 현실이 되어 이렇게 책으로까지 쓰여진 두 사람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의 희생앞에 과연 우리는 얼마나 양심적이고 당당할 수 있을까?  삼성자본의 이윤과 우리의 편리함을 위해 소수의 희생은 얼마만큼이나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  두 작가가 그리는 두 사람의 희생은 우리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재벌자본 주도의 기술발전이 가져온 편리함과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우리들에게, 작품은 그들의 희생을 안타깝게만 그리지 않는다.  작품제작을 위해 녹취한 자신의 녹음기가 삼성의 녹음기임을 그림에 그려넣음으로서 어쩔 수 없이 대자본의 틀 속에서 움직여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를 묘사하면서,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욕망과 양심차원의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삼성사람이라는 자부심에 속절없이 우쭐하던 순진한 사람들, 자신의 죽어가는 딸을 회사의 책임으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 집으로 찾아온 직원에게 송이를 대접하던 순박한 사람들은 과연 삼성의 희생양만 되어왔을까?  작품 속 희생자들의 상징성을 확대해석해보자면 언제나 있어왔던 대자본, 재벌에 대한 힘없는 이들의 희생에 대한 기록의 연속이다.  먼 옛날 산업사회의 초기, 5살 아동노동의 잔인함으로 시작하여 근대 청계천 평화시장 창문없이 시다일하다가 폐병으로 죽어가던 어린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이어져 지금 현재, 삼성이라는 대자본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기록까지 오게 된 것이다.  조금 다른 면이 있다면, 이전과는 달리 현재에는 소수의 희생이 자본의 이윤과 다수의 욕망이 딱히 표현할 수 없는 선에서 타협한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자본, 특히 재벌자본의 구조는 너무도 견고하다.  사회시스템까지 장악해 들어가는 이들의 힘은 희생자들을 위한 싸움을 너무도 어렵게 만든다.  우리의 생활 역시, 그들의 패악을 알면서도 그 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이 우리의 삶의 필수를 넘어선 편리와 풍요에의 욕망과 연관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위해 얼마만큼의 악을 용인하거나 묵인해야 할 것인가.  의문은 여전히 유효하고 답에 근접조차 할 수 없을 지경으로 우리는 생각하기를 멈추며 살아간다.  의문과 답을 고민할 생각만이라도 하기 위한 방법은 과연, 자본에의 직접적인 희생에의 당사자가 되는 길밖에 없는 것일까?  고민이 여기에까지 미치다보면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은 과연 인간적이고 공존가능한 방식인가 하는 의문까지 닿게된다.  시스템과 자본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을 보고 어쩌면 우리가 그런 이들의 입장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정말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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