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한국경제 - 재벌과 모피아의 함정에서 탈출하라
김상조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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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이해와 해석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생각을 바탕으로 수많은 의견과 비판을 내놓는다.  이것은 언뜻보면 다양한 이해와 판단이 공존하는 활발한 대화의 장을 연상시키지만, 현실에서 보면 진보 또는 좌파적 공간에서의 분열로 망하는 현상의 원인이었다. 


  많은 경제서를 읽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경제서들을 읽다보면 현시대의 경제적 현상을 가지고 다양한 해석을 내리는 모습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같은 진영의 경제학자라 하더라도 각각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경제란 문제도 단지 몇가지의 시각과 판단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것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특징이라면 서로간의 이해와 비판이 사뭇 자의적이랄까 또는 서로간의 보이지 않는 벽같은 것이 존재하는 느낌같은 것이었다.


  최근의 경제서들에 대한 여러 평들을 읽다보면 이 책은 왠지 많은 비판속에 휩싸인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장하준의 비판이나 장하준의 책과 비교한 어떤 글을 보자면, 저자 김상조는 박정희의 그림자를 현시대에까지 억지로 끌어들여와 비판하고 재벌은 해체의 대상이다라는 식의 주장을 하며 현재의 자본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고 경제적 논의에 정치적 의도를 주입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책을 읽기전 '쾌도난마 한국경제'와 함께 읽은 글에서 받은 나의 선입견은 사뭇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채로 책을 읽었다.


  내용은 가장 객관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명쾌한 설명을 통해 한국경제의 현상에 대해 쉽게 설명하지만, 그것이 통계나 표에 익숙치 못한 일반인들에게는 이 역시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저자는 너무 몸을 사린다.  문제를 진단한 후에 마땅한 대안도 내놓지 않는데다가 자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도 종종 단호함을 숨긴다.  그저 자신의 부족함만을 강조할 뿐이다.  책을 내놓을 만큼의 경제학자로서 너무 소심한 것은 아닐까 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그가 비판받은 부분, 그는 박정희를 현시대에까지 끌어들이지 않는다.  다만 박정희가 구축한 경제체제 내에서의 부작용들과 그것이 현재에까지 미친 부분들을 짚어줄 뿐이다.  재벌에 대한 비판역시 그는 해체수준의 주장을 하지 않는다.  다만, 재벌의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대안은 제시하지 않는 수준에서 재벌이 우리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심각한 위해를 짚어나가며 설명한다.  기억나는 것은, 이전에 활발하게 벌여왔던 소액주주운동에 대하여 장하준은 '재벌의 해체를 목적으로 하는 운동으로 이미 국경이 사라진 경제환경에서 자칫 기업을 통째로 국제투기자본에 넘겨줄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행위'라 비판하였지만, 저자는 '소액주주운동을 통하여 재벌기업의 주식을 소유한 사람들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고 이를 이행함으로 재벌의 사회에 대한 올바르고 도덕적인 활동과 기여를 유도하려 했다' 고 이야기한다.  같은 경제학자라 해도 자신의 이해에 따른 의미해석의 차이를 발견하게 된 순간이고, 직접 읽어보지 않았더라면 서평의 내용만으로 넘겨짚을뻔 한 저자의 생각이었다.


  복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눈여겨볼만 하다.  우리가 복지의 이상으로 생각하는 스웨덴이나 덴마크 식의 복지를 우리사회에 대입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위험한 부분들을 짚어주고 또한 그들의 복지가 단지 짧은시간 안에 이룩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들이 그렇게 만들어나갈 수 있었던 사회적 환경과 결과물을 통하여 우리가 지금 직면한 경제사회적 환경을 바탕으로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고민하게 해준다.  이 부분에서는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도 언급했던 홍기빈 저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의 내용을 연상케 한다.  어쩌면 두 책의 내용에 있어 얼마 되지않는 공통적 이해의 접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이 책은 통계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나라의 현 경제적 현실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통계나 표에 익숙치 않은 나에겐 그닥 쉽게 들어오지 않는 책이었다.  명쾌한 대안이 없는 소심함에도 조금은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국사회 내에서 실질적인 경제운동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시선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입체적으로 함께 설명함으로서 경제현상의 포괄적 이해를 돕는다는 면에서 커다란 장점을 지닌 책이다.  그리고, 실제적 이해와 진실은, 직접 보아야만 알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던 독서였다.  그만큼 우리는 각자만의 이해와 비판속에서 서로에게 시선을 건네기엔 소홀함을 안고 살아간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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