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시대의 사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7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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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은 과연 제도와 질서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 것인가.  제도안의 질서를 지켜가면서 개인의 감정을 절제함이 인간사회를 가능케 한다는 논리도 한때엔 존재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헤게모니를 거머쥔 이의 사회통제수단 논리였을 뿐, 인간의 자유의지와 감정은 곳곳에서 통제의 틀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동시에 사랑이라는 감정은 과연 인생의 시간적 흐름에 있어 어느 시기에 국한되는 한정적인 것인가.  우리는 노년의 사랑을 주책이라 폄하하던 시절을 기억한다.  하지만, 노년에도 사랑이란 그것이 육체적이던 정신적이던 유효함을 우리는 알아가기 시작하고 있고 이 역시 제도나 질서가 통제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의 감정임을 알 수 있다.

 

  몇 안되는 주요인물들을 통해 사랑의 다양한 모습과 쟁점을 담아낸 이 작품은 그래서 함축적이다.  제도가 만들어낸 사랑없는 결혼, 결혼이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 육체적 쾌락의 자연스러움과 추구의 당연함, 인생 전체를 아울러 기다리는 사랑, 그리고 노년의 꺼지지 않는 사랑에의 갈망.. 이 작품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와 인간사회의 제도와 질서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인간의 근본성에 비중을 두고 그것에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 자아 스스로의 만족과 만족을 통한 관계의 부드러움은 결국 인간 본성에의 존중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것은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인 사랑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관계에 대한 의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콜레라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콜레라와 하수도 사이의 상관관계가 밝혀진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시기의 간접적 표현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계급적 차이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인간 자유의지에 따른 사랑의 역학은 대부분 상류계급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 모습은 어떤면에서는 극단적이다.  주인의 불륜앞에서 입을 다물어야 하는 마부의 모습이나, 콜레라와 내전에 희생된 시체들이 둥둥 떠다니는 강물위의 뱃전에서 이루어지는 감정의 역학들,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여행지 주변에 널린 콜레라와 학살에 희생된 채 부풀어오르는 시신들은 어떤면에서는 사랑의 계급적 성격을 의미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또는 상류계급이기에 편입되어야만 하는 답답한 관습속에서 더욱 몸부림치는 사랑의 감정에 대한 간접적 표현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류의 유럽식 상류계급의 사랑은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고리오 영감'을 연상케하는 그들의 사랑의 방식은 읽는 동안 잠시 지루하고 까끌거리는 느낌을 주었달까?  하지만 다 읽어갈 즈음에는 에로틱한 내용과 더불어 '내 육신이 가장 찬란했던 시절의 향수와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어딘가 답답했던 감정에의 자유로운 발산을 생각케 하고, 좀 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인간관계에의 욕구를 느끼고 고민하게 만들어준다.  어쩌면 그것은 제도에의 작은 저항이자 균열에의 의지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의 모습을 함축하여 제시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에 충실한 방법으로 제도와 관습에 균열을 유도하는 저항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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