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GPE 총서 1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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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를 바라보는 관점은 물론 큰 틀에서 대동소이하겠지만 경제학자가 바라보는 복지의 문제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하나의 투자요소였다.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일상인으로서는 어떠할까?  보통의 삶은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삶을 살아가는 일은 순간순간의 정치라 정의하면 시스템 안에서의 존재해야 할 복지의 문제는 정치사회적인 요소일 것이다.  그리고 정치사회성은 나름의 사상성을 간직한다. 


  복지는 정치적이고 사상적인 문제이다.  이는 복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에 순간 환호하는 그런 것이 아닌, 끊임없이 싸우고 고민하며 사상적 프레임과 경제적 문제와 충돌하며 오랜시간을 두고 만들어가야 하는 복잡다단한 일이라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의 처참했던 노동자의 삶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모습을 갖추기까지엔 대략 150여년이 걸렸음은 이에 대한 간접적인 증명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유토피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은 엄연히 자본이 지배하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와 본성자체가 비인간적인 자본주의의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희망을 꿈꿀 수 있을까?  막연한 상상속의 유토피아는 후천세상 개벽같은 뜬구름이다.  그러나 일상 정치의 활동과 궁극적인 이상과 가치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으로서 현실성있는 '잠정적 유토피아'가 제시된다면 우리의 꿈과 희망은 좀 더 가시적일 것이다.  그리고 가시적인 꿈과 희망을 향해 나아감을 시작할 가장 근본적인 바탕으로 지금 현재의 현실을 두고, 때마다의 현실적 여건을 바탕으로 단계적인 실현을 거쳐나가면 우리는 자본의 비인간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스웨덴의 복지국가 설계자 비그포르스가 구상하는 복지의 개념은 매우 현실적이다.  사민주의적 입장에서 자본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잠정적 유토피아의 개념에 따른 대략의 지점을 제시한 뒤, 지금 현재의 정치사회 경제적 환경을 바탕으로 토론과 타협을 통한 정책을 단계적으로 하나하나 만들어간다.  그 과정은 방향성을 잃지 않기위한 치열한 노력이고 하나하나 계단을 오르듯 서서히 진행하는 인내의 시간이었다.  우파가 지배적이던 20세기 초반의 스웨덴 정치환경에서 토론과 타협을 통해 하나하나 정책을 적용해나가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며 만든 복지시스템은 지금 복지논쟁이 화두가 되어 이런저런 제안이 들끓듯이 제시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잠시 모든 의제를 내려놓고 돌아볼만한 일이다.  


  그가 만들어 낸 복지시스템은 단순히 구제와 도움의 모습이 아니다.  완전고용과 고용을 통한 노동으로 기본적 삶과 풍요를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 사회적 낙오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사회적 낙오는 단기간 내에 시스템안으로 귀속될 수 있도록 활동을 지원한다.  단지 아수라의 경쟁에서 싸우다 낙오된 이들에게 빵만 쥐어주는 개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인 것이다.  복지의 개념은 우리가 생각해오던 그런 단순함이 아니고 사회시스템 곳곳에 녹아들어가 다른 프레임들과 어울려 공존하는 유기적 순환체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비그포르스의 구상은 그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 건 아니었다.  그리고 나름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은 그의 사후에나 보여졌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상과 실천성을 바탕으로 구상했던 잠정적 유토피아의 개념과 때마다의 현실을 바탕으로 방향성을 잃지 않으며 단계적으로 실현시켜나갔던 과정이었다. 그가 보여준 과정은 어쩌면 타협적이고 개량적이라 평가될 수도 있지만, 막연하거나 완벽한 이해와 분석이 없는 이상에의 무모한 동경은 오히려 비극적 결말을 만들어내었다는 역사적 순간들을 생각해보면 그의 판단은 최고의 이상을 실현시킨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었다. 


  우리의 현실에 그의 생각을 대입해보자.  우리의 이상과 실천성을 바탕으로 구상할 수 있는 잠정적 유토피아는 어느 지점에 존재하는가.  그리고 지금의 현실적 토대를 바탕으로 가장 먼저 실천하고 적용할 수 있는 정책과 실천은 무엇이 있는가.  당장의 욕구와 조급함을 버리고 조금은 느리고 차분하게 한발을 내밀어 디뎌야 할 방향은 과연 어느쪽인가 하는 고민은 너도나도 다급하게 제시하는 복지에의 제안을 떠나 제일 먼저,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루어야 할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장하준, 유종일, 이종태의 경제대담내용이 많은 부분에서 떠올랐다.  그들의 착한 자본주의, 그리고 홍기빈의 대안적 제 3의 길은 과연 얼마나 잘 어울리고 합리적인가라는 점에서는 좀 더 고민을 요하긴 하지만, 짧은 지식으로는 비그포르스가 보여주었던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가야 할 우리의 첫 발걸음은 장하준류의 경제학자들이 방법론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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