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이종태 지음 / 부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모두에게 착하게 다가오는 자본주의란 가능한 것인가?  사실 그런 자본주의는 불가능할 것이다.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속성상 불가능할 뿐더러 그렇게 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공정하고 이상적인 모습은 기회균등과 최소조건의 보장, 이런정도가 아닐까 한다.


  공정하고 이상적이라는 말은 그 모습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말일 것이다.  즉,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어느정도 인정한 채로 보더라도 현실은 좀 더 비인간적인 모습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보면 대공황이후의 세계대전이 이를 증명하고 있고, 우리가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겪고있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모든 세력의 궁극적인 목적은 '발전'이다.  그들사이에서의 차이라면 발전을 위한 과정은 얼마나 인간적인가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인간적이고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바라보는  착한 자본주의체제를 강조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 아닐까 싶다.  민영화와 FTA 등으로 대표되는 무한경쟁 체제를 통한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발전보다는 일정부분 자본의 국가통제와 복지시스템을 통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책속의 대담을 읽고있자면 박정희체제부터 시작하여 MB정권까지 이루어지는 수많은 사회경제적 결정에 대한 우리의 비판 즉, 일상과 SNS상에서 회자되는 비판에 상당부분 의견에는 같이하지만 비판의 핵심은 상당부분 다름을 느낄 수 있다.  경제학자들의 예리한 시선이기 때문일 수 있지만, 여론의 흐름과 무의식적 혐오에 의해 이해와 분석이 왜곡되어진 우리의 모습때문임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어 또다른 의미의 책읽기가 되어준다.  때로는 모든 현상을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판단하기에 일반적이거나 비경제적 관점에서는 납득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도 보여진다.  예를 들어, 재벌체제에 대한 관점은 해체를 주장하는 진보적인 관점과는 다르게 사회와의 타협안을 제시하는데, 현실적인 관점에서는 국경없는 자본의 무자비함 앞에서 재벌체제에 대한 별다른 대안이 없기에 납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맞딱드리게 된다.


  우리가 이해하는 복지시스템, 복지국가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던가.  개인적으로는 복지를 인간의 삶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로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단순히 그렇게만 바라보지 않는다.  복지를 경제발전을 위한 하나의 투자요소로 정의한다.  경쟁에서 낙오된 이들이 재기하여 다시 경쟁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자본주의적 건강성을 유지케 하는 일이며, 사회발전을 이루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요소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복지를 투자의 요소로 이해한다는 것은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할진대, 과연 우리는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자발적 가난과 분배를 통한 불편의 보편화는 공존을 위해 이제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또는 발전과 성장보다는 안정적 유지를 위해 기본소득제같은 새로운 경제체제가 제안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경제학자들은 과연 이런 제안과 생태환경주의 차원에서의 경제시스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나의 투자개념으로서 이해하는 복지시스템이라면, 세상은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며 내가 떠올린 이런 대안적 경제체제는 아직 시기상조인 제안에 불과한 것일까?  대담자들이 이야기하는 복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사실 복지라는 것도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발생하고 만들어지고 유지된 시스템이긴 하지만, 복지를 자본주의를 포괄하는 모든 형태의 국가경제체제가 의무적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하나의 안전망, 자본과 사회시스템을 떠나 가장 기본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인간적, 자연적 성격의 요소로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인지, 그리고 대안경제체제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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