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 잡혀간다 실천과 사람들 3
송경동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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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의 시를 온전히 접해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한두편 접해보았던 그의 시를 읽고 있자면, 경험에서 나오는 글의 깊이와 철저한 동질의식에서 나오는 분노, 그리고 시인의 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울분이 느껴진다.  관념적이지는 않지만 마음 한가득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풍부한 언어들이 존재하고, 사회적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현실의 감정들이 살아 머리를 감싸매고 스며들어온다.  젊은시절 공사판 노동일부터 시작하여 몸에 배이고 머리에 지닌 수많은 경험과 계급적 견지를 철저하게 유지하는 삶, 그리고 그것들이 시인의 감수성과 만나 완성되는 우리 현실에 관한 최적의 그리고 절절한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은 그의 시집은 아니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이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글도 있고 세상을 이야기한 글도 있다.  시인이 쓴 산문은 문장이 간결하고 감성역시 절제되어 약간은 건조해진 듯도 하지만 그가 써나가는 그와 세상의 이야기는 그렇게 건조하고 단조롭지 않다.  그가 이야기하는 세상은 억압받는 자들, 탄압받는 자들이다.  그의 젊은시절 가난과 고됨만큼이나 처절한 사람들, 그들이 그저 세상은 그런거지 하며 조용하고 묵묵히 살아간다면 그들은 건조하고 단조로울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그렇지 않다.  저항을 통해 단조로움을 활발함으로 건조함을 풍성함으로 바꾸어내고 시인은 이들을 이야기하며 연대하고 세상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려 애쓴다.


  대추리 황새울의 저항, 용산의 절망, 85호 크레인의 김진숙과 희망버스, 제주의 강정을 관통하는 수많은 단어들 중의 하나는 '외부인' 또는 '외부세력'일 것이다.  그것은 위정자들과 기득권들이 저항을 와해시키고 이미지적 타격을 위해 사용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그런 싸움의 중심이 아니더라도 현장의 변두리에서 있어보면 과연 그 '외부세력'이라는 말이 합당한 건가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자 한 공간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폭력에 의해 터전을 빼앗겨야만 했던 대추리의 사람들이, 자본에 의해 터전을 빼앗겨야만 했던 사람들이, 그리고 삶의 근본을 뿌리뽑힌 사람들이 과연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사람이라는 전제는 스스로가 탄탄한 자본계급의 절대적 범주안에 들었다던지, 또는 무관심하게 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관념적일수도 있는 인간적 논리를 떠나 현실적으로 따져볼때, 우리는 과연 자본이나 폭력의 범주안에서 안전한 사람들인가 하는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본에 설득당한 순진한 사람들은 알량한 보상금으로 삶의 터전을 내어주고 도시빈민으로 전락하고 있고, 자연그대로였던 터전은 무참이 깨어지고 있다.  변변한 집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도시의 변두리로 점점 쫓겨나고 있고, 그 마지막은 처절한 싸움과 폭력에 의한 몸과 마음의 망가짐이다.  그리고 공존해야 하는 사람들은 같은 사람들의 비참함을 아무렇지 않은 눈으로 보아야 한다.  말하자면 이것이 외부세력이라 칭해지는 우리의 자세인 것이다.


  외부세력은 과연 내부세력을 선동하고 조작했는가?  대추리에서 시인과 예술가들이 보여준 저항의 방법들, 그리고 그들의 행보, 희망버스의 이야기들을 읽어보자.  그저 우리는 함께 저항하는 이들이었을 뿐이다.  같은 처절함과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시인은 그저 함께하자는 이야기를 하였을 뿐이고 결국 구치소에 들어갔다.  외부세력의 선동자로서 그것은 당연한 일인가?  아니면 비참한 우리사회의 현실인 것인가?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어보고 판단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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