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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갇힌 사람들 - 불안과 강박을 치유하는 몸의 심리학
수지 오바크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1년 7월
평점 :
몸이라는 것과 몸 안에 깃든 영혼이라는 것을 달리 분별해낼 수 있을까? 사실 몸과 영혼을 다르게 생각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두가지를 분리한다 하여도 몸이 먼저인지 영혼이 먼저인지 판단하는 일은 상당히 난해한 일이다. 그렇지만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이어 수지 오바크의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내 머리속은 몸과 영혼을 달리 생각하기에 조금은 익숙해진 느낌이다. 신경과 의사인 올리버 색스는 정신병적인지 그저 조금 독특한 행동인지 모를 한 인격을 신경계의 미세하거나 독특한 변화나 손상에 연관시키려 노력하지만 그 자신이 종종 환자들에게 영혼이 있을까 하는 의심 형식으로 몸과 영혼에 대한 분리의식을 표현한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성장과 환경에 영향을 받은 한 인간의 영혼이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형태를 논하며 몸과 영혼을 간접적인 방법으로 분리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몸에 대한 욕구의 다양한 모습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성형이라는 사회적 광기와 열풍을 비판하며 한국의 젊은 여성들의 성형열풍을 언급하기도 하여 알려진 책이다. 그러나 이책의 본질적 모습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과 욕구에 대한 정신심리를 분석한 책이다. 다 읽고난 후의 한탄은 겉표지띠의 문구와 더불어 책을 소개하는 여러 글들의 본질에 대한 언급이 없는 일률적인 성형비판 때문이었다. 이런 사회과학 분야의 서적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은 과연 이런 모습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저자는 성형을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으로 보거나 비판만 가하지 않는다. 전쟁의 폭력속에서 손상당한 신체를 복원하는 시도에서 시작한 성형의 근본은 정신심리학적으로도 자신의 몸을 바꿈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성 정체성에 곤란을 겪는 이들의 성전환 수술등이 그렇다. 하지만 자신의 다리가 너무도 거추장스러워 절단하기를 바라는 등의 정신심리학적으로 부정적인 모습도 존재하여, 성형이라는 실제기술론적 기법과 정신심리학적인 분석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과 실질적 인용례가 존재한다.
전세계적으로 획일화되어가는 미인에 대한 기준은 지구상의 대부분의 이들에게 성형수술을 유도한다. 이것은 단지 사회심리학적 차원에서 비판의 대상이다. 브라질의 유방확대술에 대한 정부지원이라던지, 성형이 산업화되어 하나의 유행으로까지 유도된 우리나라의 모습은 매스미디어로 대표되는 외부 영향에 의해 자신이 바라보는 몸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그 과정에서 발현되는 불만에 대한 결과이다. 이것은 끊임없는 부정적 피드백으로 작용하여 결국 자신이 인식하던 자아의 모습은 사라지고 획일화된, 구분할 수 없는 천편일률적인 판박이의 모습들 속에 포함되면서 자신만의 모습에서 찾아가던 심리적 안정은 획일화된 다수에 편입되는 방법을 통해 획득하게 된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의 사회적 부작용을 낳게 되는데, 다수의 '미인'에 포함된 사람들과 선천적, 경제적 여건에 의해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의 계급적 차이가 발생되고, 이 역시 부정적 피드백으로 작용하여 사회적 활동에 참여여부의 기본조건으로 자리하게 된다. 현재의 한국사회가 대표적이다. 예쁘지 못하고 날씬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해야만 하거나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 당연히 사표를 내야만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속에서 발생하는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의 성형이라는 내용은 상당히 신선하고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성형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나의 이성에 판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의 성형에 대한 비판은 사회심리학적으로, 또한 자본시스템 안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그 비판은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상당한 비중감으로 자리할 수 있다. 자본과 유통이 독점화된 대표적인 형태가 재벌기업과 대형마트이고 다양성을 통한 사회구성원의 보편적인 생존법은 이들을 해체하는 일이듯이, 미적 기준의 획일화를 깨뜨림으로서 우리는 다양한 인간 객체의 인격적 존중을 통해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미적 기준의 획일화는 계급적, 경제적 분리를 통한 불평등을 낳기 때문이고 이런 논리의 궁극적 증명을 지금 우리사회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형의 긍정적인 기능역시 존중받아야 하지만, 성형이라는 하나의 분야에 있어 우리사회는 그 순기능과 관점을 너무도 왜곡시키고 있다. 성형은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의 테두리 안에서 다루어져야 할 보조적인 방법으로 존재할 때, 가장 적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