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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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리나라 개화기의 문화적 혼란을 보는 듯 하였다.  그것은 거시적인 차원을 넘어 지금껏 자신이 알아왔던 문화와 관습이 깨어지는 모습에 혼란스러워하던 개인들의 미시적인 흔들림이었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 변화에 대한 느낌은 동일하였다.  흔들림앞에서 개개인의 판단은 단지 자신이 지금껏 속해있던 사회의 관습에 바탕하고 있었다.  흔들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의 관습이 온전히 옳았던 것만은 아니었기에 혼란은 이미 피할 수 없음이었고, 혼란의 이유에 대한 고민은 시간적이거나 시각적 여유가 없었기에 흔들림은 일방적이었던 것이다. 


  한 사회가 가진 고전적 관습과 인식, 그리고 지능적으로 잠식해오는 식민통치세력의 문화잠식에 대한 균형적 비판, 이 작품에 담겨있는 그런 균형적 시선은 그래서 가치있다.  물론 작품해설에서도 언급된 바가 있지만, 작가는 오콩코가 속한 부족사회의 모습을 세밀하고 자연스럽게 묘사함으로서 전통적 관습의 비인간적인 면과 사뭇 부조리한 부분들을 드러낸다.  동시에 종교를 내세워 지능적으로 잠식해가는 식민통치세력의 무자비하고 몰이해적인 행위들 역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것의 압권은 마지막에서 나타난다.  무너져가는 전통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고히하려 노력하던 오콩고가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 지고는 자살했을 때, 이를 바라보는 판사의 머릿속은 문화인류학적 한 현상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통한 하나의 업적으로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족민들의 행위를 인간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 서양인의 모습에는 두 문화사이에 나타나는 힘의 막대한 차이와 어긋난 시선이 만들어내는 일방성만 존재할 뿐이다.


  종교, 특히 기독교나 천주교를 앞세워 잠식해 들어간 서구열강의 식민문화정책은 가히 성공적이었다.  그것은 관습의 비인간성과 그들이 생각하기에 비합리적인 부분을 파고들어 그 사회의 약자들을 구제하는 형태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다른 이야기도 나올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일단 비인간성에의 조정은 받아들인다 하지만, 비합리적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여지는 많아보인다.  일단 종교가 그들을 잠식하는 방법에 있어 원칙적으로는 유일신의 신비주의적 또는 내세론적인 이론이라는 비합리를 내세워 '경쟁에서 승리한 비합리'가 되었을 뿐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시대에 바라본 그들이 잠식한 문화이후의 현재는 가끔 참담하기도 하다.  그들의 전통적 삶은 자연의 순환과 맞물려 거칠고 힘들긴 했지만 순조로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종교를 필두로 한 식민통치 이후 자본이라는 시스템에 중독되어버린 그들의 삶은 보이지 않는 폭력에 휩싸였고 '정당한 착취'하에 피폐해져버린 자본식민지 그 자체인 모습이 되어버렸다.  결국 전통사회의 그들은 비인간성에 대한 보상으로 세대를 이어가는 '산산이 부서진 삶'을 받았을 뿐이었던 것이다.


  궁금해진다.  시대의 흐름안에서 경험한 것을 기록하고 묘사한 작가는 현재를 살아가는 오콩고의 자손들과 그들의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하고 있을까.  물론 그가 발표한 이 작품이 이야기하는 시대 이후의 작품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에서 내릴 수 있는 결과론적인 생각은 어떠할까?  50년대의 두 문화를 바라보는 균형잡힌 비판은 과연 지금도 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것일까?  자본적 식민지라는 의미를 벗어나 전통적인 의미에서 비판이 가지는 균형은 아직도 동일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조금 더 깊은 시선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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