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김홍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편안한 독서였다.  짬짬이 읽어가며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해내어야 하는 고전이나 사회과학 서적에 머리아파하지 않아도 되었던 아주 편안한 독서.  마음은 따뜻해지고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어딘가 경쾌함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  책표지의 노란 색깔과 환한 웃음같은 완연한 봄날 한낮의 포근함이었다.  책을 통하여 이런 편안함과 포근함을 느껴 본 때가 얼마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아프게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복잡한 사회 안에서 자신이 가진 시선을 설명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저 지극히 개인적인 마음의 시선에서 일상에서 관계에서 감정의 물결 속에서 힘들었거나 지쳤거나 슬프거나 할 때, 미술작품이라는 매개체로 그것들을 탄탄히 딛고올라 극복하고 거기에 가벼운 위트와 저자 개인의 마음을 살짝 올려담아 마음 깊은 곳에서 든든함을 끌어올린다.  막연하지만 그저 기댈 수 있다는 어떤 위안, 다시금 힘을 낼 수 있다는 다짐, 그리고 살짝 미소짓게 만드는 여유가 살아난다.  나는 그렇게 예전과는 달리 사뭇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게 이 책이 지닌 힘이었다.  따뜻하고 가볍고 위안이 되고 즐거워지는 힘 말이다. 




  예술이 가진 힘이라는 것, 인간이 창조해 낸 매체이기에 만들고 사용하기에 따라 다양하고 다른 모습을 지닐 수 있겠지만, 저자는 미술을 포함한 예술 전반을 매우 긍정적이면서도 때로는 비판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여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그의 글들을 매우 좋아한다.  그런 미적 감각에 문외한인 내가 미술과 패션을 포함한 예술 전반을 어떤 개념과 요소로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훌륭한 교과서로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읽었던 이 책은 나름 매우 신선한 느낌이었다.  때로는 이렇게 부드럽고 포근하며 경쾌한 글들도 써왔구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또는 작품을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이런 위로의 힘을 건넬 수 있음을 깨달았음은 내게 부족했던 어떤 감성과 사뭇 경직되어 있었던 나의 마음을 다스리고 다독거리는 노력을 별달리 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작품마다의 위안에 살짝 얹어준 경쾌함에 알 수 없는 은연 중 눈시울이 살짝 젖어들기도 하였다.  너무도 다스리지 못했던 나의 마음에 대한 미안함때문이었을까?




  위안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일상을 관통하는 중론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쌓이면서 생긴 하나의 성찰인데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과 마음의 입장에서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일상을 관통하는 중론은 여지없이 무너져내렸고 위안을 느껴버렸다.  자존심은 아직 꺾이지 않아 표지의 '그림치유'라는 말에는 아직 동의하지 않고 있지만, 살짝 젖어드는 내 눈시울에 흠칫 놀라 되돌아 본 나는 위안때문에 마음이 따뜻해져 버리고 있었다.  어떤 종교에도 느끼지 못했던 그 따스함은 결국 내 마음의 문제였다는 뜻일까?  그 강팍함을 무장해제시킨 것은 어느 거창한 것도 아닌 이 책이었다.  냉철하려는 나의 시선에 피곤해진 마음을 풀어 준 가벼운 이 책, 그리고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 한가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