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긴 여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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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전체를 지배하는 불안한 긴장감은 나에게는 어느정도 익숙한 감각이었다.  결국 불안한 개인이 모여 만든 가족이라는 불안함, 불안함이 만들어내는 긴장은 가족이라는 혈연의 끈으로 인하여 오히려 깊고 애매해진다.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삶의 과정에서 만들어지며 단단하게 뭉쳐진 생각과 시선, 선택과 우연한 기회가 만들어버린 현재의 괴로움, 자신의 생 이전에 겪었을 부모의 삶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무능과 불만, 선천적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식들..  각자가 만들어낸 불만이 가족이라는 혈연으로 모여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는 모습은 작가 개인경험을 바탕으로 하기에 일반화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족이라는 것은 과연 완벽에 가까운 인간관계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묘사한 섬세한 불안과 긴장은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상당히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면 기실 인간사회속에서 쉽게 말하고 표현하지 못했던, 과거에도 현재에도 존재했던 가족이라는 단위안에서 존재했을 일상의 감각이었을지 모른다.  그런 불안과 긴장의 결과물일 수 있는 매맞는 아내, 남편, 자녀들을 종종 보아야하는 직업적 입장에서 자연스레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며,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행복했던 사회의 모습은 가족단위 구성사회가 아닌 공동체적 구성사회라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굳이 그런 딱딱한 사회역사적 현실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작가는 서문에서 썼듯이 개인적 경험을 기반한 가족안에서의 불안을 피와 눈물로 드러내고 고발한 것이다.  이는 다른 의미에서의 우리가 무의식으로 속해있는 사회제도에 대한 어떤 반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피와 눈물로 묘사한 괴로움과 슬픔이 마음을 두드렸다.  많은 이들의 과거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겪었던 가족이란 틀 안에서의 불안함은 작품안에서도 그렇지만 작가의 생애에 대해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끼게 하였다.  극복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고 싶지는 않다.  상처는 많은 부분에서 삶의 거름이 되어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게 하는 기제가 되기 때문이다.  상처를 기반으로 하는 작가의 치열한 고민은 결국 이 작품으로 귀결되었고 그의 삶 역시 그의 선택에 따른 치열함이었다.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다.  그 표현은 쉽게 말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공감은 우리의 삶에 알게모르게 박혀있던 섬세한 감각을 일깨운다.  그래서 상처는 존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무사안일과 무념의 행복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 이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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