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사색 - 시골교사 이계삼의 교실과 세상이야기
이계삼 지음 / 꾸리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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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기만 한 세상을 바라보며 요란하고 소란스러운 사람들과 현상들을 관통하는 근본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한다.  분노하고 흥분하며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모습들은 단지 그때그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우리의 자연적 반응으로 납득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그렇게 감정을 뒤흔드는 일들이 해결이 되면 우리는 다시 평온을 되찾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수많은 일들에 감정을 뒤흔들고 다시 평온과 행복을 찾는 일은 우리로 하여금 얼마만큼의 넓이와 깊이의 사유로 가능한 일일까?  



  바다를 내려다본다.  물결은 어떤날은 잔잔했다가도 어떤날은 세찬 파도가 되어 인간의 영역을 덮치곤 한다.  햇살과 마주하여 어느날은 사랑스러운 쪽빛이다가도 깊이를 가늠못할 군청색의 무서움을 만들어내곤 한다.  하지만, 깊은 곳의 바다는 언제나 물때와 지형에 따라 변함없는 모습으로 흐르고 있을 뿐이다.  보여지는 바다의 변화무쌍한 모습과는 달리 그 내면은 언제나 여일하기만 한 것이다.  우리의 감정을 뒤흔들어대는 세상 모든 일의 내면에 존재하는 여일함, 사유의 깊이와 넓이가 확장되면 우리는 그런 여일함을 만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감정적이지도 시끄럽지도 않다.  다만, 세상의 격정이 담긴 화살을 맞아 스스로 상처를 입을까 조심할 뿐, 근본에 대한 고민과 사유는 말없이 변화를 모색한다.




  시골교사의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일희일비하며 흥분하고 안타까워했던 모든 일들을 넘어, 많은 이야기들과 감정의 기복을 관통하여 내재된 근본을 들추어 바닥에서부터의 성찰을 논한다.  그것은 한 인간만의 생각을 넘어서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성찰해야 하는 근본의 이야기이다.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무형의 폭력을 자행하는 학교의 모습들과,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파괴의 폭력을 일삼는 세상과, 성찰은 존재하지 않은 채 나팔소리만 난무한 소음의 폭력을 넘어서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근본의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한 잔잔한 제안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는 잔잔하며 덤덤하다.  그러나 국어교사라는 직업과 잘 어울리게 감칠맛나는 글이 어렵지않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녹색평론 독자로서 지은이가 녹색평론에 기고한 글들도 자주 접했지만,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또다른 어떤 힘을 느끼기도 했다.  그 힘은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데 조용하게 가슴을 두드리는 글들은 때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오래전부터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을 하는 이들이 결국엔 땅으로 돌아가 농사를 돌보는 모습을 보며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누군가의 설명이 아닌 스스로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지금은 나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더라도 땅과 땅을 바탕으로 하는 노동의 근본성을 깨달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도 지은이가 생각하는 근본을 이야기한다.  12세기 베네딕트 성인이 말한 기도와 노동, 성찰과 땅, 그리고 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인문학과 농업..  근본적으로 나 역시 동의한다.  성찰없는 노동은 괴로움과 소외됨일 뿐이고, 노동없는 성찰은 가벼운 입씨름일 뿐이다.  아수라의 근본인 자본의 속성을 멀리하는 성찰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원하는 것을 필요한 만큼 얻어내는 삶.  그런 삶들이 모여 감정의 요동과 참담한 파행을 근본에서부터 바로잡는 힘이 되리라는 것을 믿는다.  결국엔 나 자신의 실천은 과연 어떠할 것인가라는 현실적 처지에 직면하게 되지만, 끊임없는 성찰이 스스로의 변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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