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오 크뢰거 / 트리스탄 /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
토마스 만 지음, 안삼환 외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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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토마스 만의 작품들에 대해 뭐라 할 이야기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개인의 시선과 감정의 변화만이 존재하는 예술성만이 가득한 작품안에서 내가 별다른 어떤 이야기를 끄집어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사회에 대한 시선을 유지하려 애쓰고 비판성을 잃지 않으려 하는 나의 독서습관에 따른 어떤 생소함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역자의 이야기로는 은밀한 사회비판과 파시즘으로 치달았던 독일사회에 저항의 메세지를 남기기도 했다고는 하나 나에겐 형식과 고루함이 가득했던 20세기 초반의 유럽사회, 그것도 나름의 부르주아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었던 이들의 감수성 가득한 사적감정의 향연으로밖에 읽혀지지 않았다.



  독일어라는 언어의 특성상 어감이나 느낌자체가 딱딱한 언어로 부드러운 감성을 표현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토마스 만의 소설들을 읽어보면 우리말로 번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부드럽고 풍성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문장의 구성과 단어의 나열, 그리고 묘사는 마치 크림을 넣어 깊고 부드러운 맛이 있는 따뜻한 커피와도 같다.  하지만 작품마다의 전개는 분명한 기승전결이 있었고, 결론에 다다라서는 마치 내리막길 또는 반전과도 같은 급격한 전환이 있었는데 비교적 이러한 구성에 충실해있는 모습에는 독일인 특유의 딱딱함과 분명함이 느껴졌다.  아이러니하다고 할까?  고정된 틀 속에 풍부한 감성의 문장과 단어들을 담아내는 토마스 만의 작품들이 말이다.




  사실 여기까지가 내가 이 책에 대해 할 수 있는 말들인 것 같다.  부르주아성이 짙은 사적 감정의 향연을 일종의 사치까지도 생각하게 되어 읽는 내내 짐짓 불편하기도 했고, 예술성이라는 명목아래 자세히 읽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는 숨겨진듯한 정황과 감정의 흐름이 너무도 어렵고 불편했다.  문득 누군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작품들 중에는 평론가들을 위한 작품들이 있다고..  물론 토마스 만이 의도적으로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쉽게 읽히지 않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이라는 면에서 보면, 이 단편들은 결국 '평론가들을 위한 작품'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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