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코리안 델리 -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두가지 문화가 만남으로 어떤 상승효과를 낸다는 것은 사뭇 반가운 일이다.  역사적으로 문화의 충돌은 대개 전쟁이나 갈등을 만들어냈지만, 한 공간에서 개인적인 만남은 대개 가벼운 대립이나 갈등, 반대로는 상승작용을 통한 깊은 친밀함을 만들어내곤 한다.  뉴욕이라는 복잡다단한 공간에서는 더욱 그러했으리라.  온전한 한국적 문화를 지니고있다기보다는 척박했던 이민자의 성향이 많이 담겨 조금 다른 느낌의 한인과 전통적 청교도성향의 백인이 만나 일구어내는 어떤 교감은 사뭇 독특하면서도 경쾌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3년전의 뉴욕에 대한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선입견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집 밖을 나서면서부터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불안감.  혼자 버스를 타고 맨하탄에 가서 거리를 다니며 커피를 마시고 간단한 끼니를 때우며 음반쇼핑을 아무런 무리없이 하는 것과는 무관한 다른 어떤 불안감이었다.  문득 이민자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들은 이런 막연한 불안감을 어떻게 이겨내며 살고 있었을까 하는 것.  곳곳에 한인타운이 생겨난 이유는 그런 불안감때문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그런 불안감을 이겨내며 미국사회의 중하위계급 속에서 억척같이 살아왔던 사람들이 그런 이민자라 생각하면 저자의 한인장모는 상당히 억척스런 여인네였을 것이다.  게다가 한인들에 어울려 살지 않고 독립적인 환경에서 생계를 꾸려갔을 법한 모습은 그 강인함이 어느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그런 억척의 집안에 들어간 청교도집안의 백인사위도 참 재미있어보이지만, 델리를 운영하며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긍정적 변화를 목도하는 모습은 문화에 대한 수용력과 변화에 대한 수긍력이 참 뛰어나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하지만 미국사회에서 백인들의 문화적 우수성을 무조건 긍정한다거나, 백인이 겪은 한인문화라해서 이 때문에 주목받는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은 나름 경계한다.  다른 문화안으로 편입하는 이민자들의 사회나 문화는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고 문화란 어느곳에서든지 동등하게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기에 문화의 우월주의나 미국이나 뉴욕이라는 공간에서 한인사회의 생존과 주목이라는 사대주의적 시선은 반드시 배제해야 하지만 이 책의 말미와 홍보에서 언뜻 느껴지는 그런 시선은 내용과는 무관한 어떤 흠이라고 할까? 




  저자의 다른 문화와 다른 삶에 대한 주체적인 수용과 이해는 상당히 본받을 만한 일이다.  물론 현실적인 여건도 작용했겠지만 자신의 문화에서는 그닥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생각의 차이에 있어 나름의 설득을 위한 노력과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한 이해, 그리고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 앞에서 속으로 올라오는 짜증을 스스로 억누르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은 가슴안에 존재하는 넓은 포용력을 느끼게 했다.  저자의 개인적 경험에 대한 기록인 이 책은 델리라는 작은 공간을 중심으로 모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신이 속한 사회와 타인의 문화와 삶을 교류하고 이해했던 일종의 성찰과 고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바라는 것은, 저자의 장모집안이 한국인들이라는 데에만 촛점이 맞추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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