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 루나파크 : 훌쩍 런던에서 살기
홍인혜 지음 / 달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떠나게 된다면 정말 하고픈 여행의 모습.  어딘가의 시골에서 6개월 정도를 한 집에 머물며 그 집의 식구들과 일을 함께하고 함께 먹으며 그들의 생각, 일상, 재미를 함께 나누어보는 것.  좋다는 어딘가를 돌아다니기 보다는 그렇게 한 곳에서 그곳에 사는 이들의 삶을 몸으로 들여다보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판타지가 다소 가미된 나의 미래의 소망은 그저 미래에 겪을 경험으로만 존재했었다.



  그녀가 기록한 일상은 런던에서였다.  그녀는 여행이라는 표현으로 런던으로 건너갔지만, 그녀가 기록한 것은 여행의 모습이 아니라 일상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철저하다 싶을 정도의 일상, 그 기록에는 런던에서 만난 친구와의 스페인여행기를 빼면 완벽한 타지에서의 일상이다.  집근처의 펍, 시내의 미술관, 가까운 공원, 플랏에서의 생활은 8개월간의 여행이 아닌 일상이었다.  그리고 머물며 느끼는 감정들과 가벼운 성찰은 미래의 내가 원하던 여행을 하며 기록하고 표현하고 싶었던 모습 그 자체였다.  마치 나의 미래를 누군가 먼저 경험하고 와서 기록한 것 같다는 착각, 그리고 누군가 내 머리속을 둘러보고 원하는 바 그대로 실행시켜놓았다는 착각이 드는 듯 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머무는 곳이 런던시내 한복판이라는 점과 생각이 가진 시야와 방법의 차이정도랄까.  사실 나는 이국의 시골에서 함께 땅을 일구거나 몸을 써가며 그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가진 생각과 나의 생각을 비교해보고 싶고 생각의 영역을 깊고 다양하게 구사해보고 싶다.  그래서 한땐 유럽의 포도수확기에 3개월정도 일품팔이 여행을 꿈꾸기도 했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좀 더 깊은 생각을 가지고 걷는 꿈을 꾸기도 했다.  여행이 단순히 보고 먹고 느끼는 그런것이라기 보다는 좀 더 육체적이고 성찰적인 방법으로 깊이를 가지는 경험이라는 것을 직접 증명해내고 싶기도 했던 것이다.  조금 다른 모습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나는 아무래도 내가 하고픈 경험을 먼저 겪어낸 한 선배를 만난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선배를 온전히 닮고 싶은 바램이 생긴다.  누군가의 소개로 우연히 집어든 이 책에서 이런 기분과 바램을 가진다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과 반가움이었다.




  여행기라는 것이 마냥 이런저런 곳을 소개하고 설명하고 사진을 싣는 것으로 장식됨은 지금의 시점에서는 진부한 반복일 뿐이다.  동시에 어딘가를 다녀온 자랑과 소개는 있어도 성찰과 진득함은 그다지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 책이 타지에서의 일상을 통한 진정한 여행의 모습과 그 안에서 이루는 느낌과 성찰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수많은 여행기와는 다른 정적인 충만감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그래서 감히 말하고 싶다.  여행을 꿈꾸는 자들,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시길..  설령 목적지가 런던이 아니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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