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역사가 그러하듯, 인간의 역사도 지구환경에 대한 적응의 과정이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하여 생존해나가고 대를 이어나가는가 하는 문제는 생명을 품은 모든 종들의 본능적 숙제였다.  그 숙제는 지구상의 무기물을 바탕으로 풍성한 유기물의 조합을 이루었으며, 그 조합 역시 세대를 이어내려오며 시대마다의 사소한 변화만 보였을 뿐, 풍성함을 유지한 채로 전해내려오고 있다.



  지구상의 인간의 출현은 과연 지구의 환경에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를 떠나 상당한 독특한 적응과 생존의 역사를 보인다.  다른 종들의 생존은 지구상의 특이할 만한 극적인 환경변화가 없는 한, 적응가능여부에 달려있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한 유전자가 내재된 종은 그 모습 그대로 세대를 이은 생명을 지구상에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은 좀 더 발달된 방법으로 좀 더 혹독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것은 유전자에 적응력이 인식되기 전에 환경을 극복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각각의 환경에서 서로 다르게 적응한 모습의 차이가 서로를 정복하고 몰살하는 원인이 되어 어떤 면에서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생존을 결정하는 독특한 역사를 보이게 된 것이다.




  인간문명의 역사를 논하는 두꺼운 책의 결론은 결국 문명은 민족마다의 차이보다는 환경에 대한 적응의 모습에서 지금의 특징을 형성했다는 것인데, 단순한 환경적응뿐만 아니라 저마다의 적응과정에서 발견되고 만들어지고 익숙해진 무기와 병균과 금속에 의해 민족간 인종간의 차이가 존재하는 현재의 모습들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그것이 지구상의 다른 종과는 다른 인간의 생존과 인간이 만들어 낸 문명의 역사적 특징의 포괄적인 고찰이다.  저자의 수십년간의 노력과 연구는 상당히 돋보이고 존경할 만 하지만 이런 연구서의 통상적인 특징이기도 한 하나의 결과에 대한 길고 반복적이며 자세한 설명은 종종 지루함을 유발하여 독서에의 집중을 흐릿하게 만들곤 한다.  




  문득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세계사를 떠올렸다.  지구의 역사에서 가장 짧고 작은 존재에 불과한 인간의 역사가 지구에게는 얼마나 해롭고 부정적인 존재였던가를 객관적으로 증명해 내었던 내용과 비교해보면 이 책의 내용역시 객관적 서술이기는 하지만, 인간과 문명에 촛점을 둔 역사적 고찰은 지구 안에서의 인간의 역사를 상당히 비중있고 의미있는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사실 내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단순한 착시현상인지, 아니면 인간으로서 인간의 역사를 과장되게 의미부여를 하는 것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인간이라는 종의 영민함을 부정적으로만 보기에는 종의 존재자체의 부정으로 이어질 것 같아 주저스럽고, 자연계 안에서 보여주었고 지금도 보여주고 있는 인간의 파괴가 단순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만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도 슬프고 버겁다.  결국 두 권의 책을 읽고 난 이후 내게 남은 것은 지구상의 인간존재에 대한 의미적 해석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라는 의문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반도에 거주하는 이들의 감정을 자극할 만한 책표지와 부록의 논문.. 꼭 이렇게 했어야만 했는가 하는 의문과 짜증이다.  더한 것은 일본인의 기원에 관한 저자의 논문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여 과도하게 부풀려놓은 내용들이다.  광고내용때문에 보고싶은 영화에 대한 욕구가 확 떨어지듯, 이 책의 표지는 내용에 대한 기대를 수그러뜨리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부록에 실린 다른 이들의 서술도 책의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의미보다는 저자가 한반도에서 전해져 내려간 일본문화에 대해 서술한 부분에만 강조함으로서 상당한 짜증을 유발하게 한다.  역사적 현상에 대한 객관적 연구와 고찰을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아전인수식의 강조와 반복으로 일종의 홍보와 관심을 유발하는 모습은 저자의 인류사적 연구의 의미와 이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편집과 출판과정의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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