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열대 한길그레이트북스 31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박옥줄 옮김 / 한길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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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민족학이라던지 구조주의라던지 하는 것에 대한 어떤 구체성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저자는 인류학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그런 사람이라지만, 나에게 이 책은 그닥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 오래 전에 쓰여진 남미 기행문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밀림을 오가며 만났던 원시부족의 모습들, 여행의 괴로움과 어려움, 낭만등이 복합된, 그러면서도 중간중간에 저자의 생각이 서술된, 어쩌면 너무 오래된 기행문이기에 그닥 실감을 주지 않는지도 모르는 책 속에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난감한 마음이 가장 솔직하다면 솔직한 생각이 되겠다.



  그럼에도 내가 그의 기행속에서 바라보는 것은, 인간의 행복이라는 것,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회라는 것이 어떤 형태라야 가장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그가 만난 원시부족들의 모습은 산업사회와 자본이 서양사회를 몰아치던 그 시대의 모습과는 달리 원시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들은 삶의 의미를 지금의 우리와는 다른 곳에서 만들어낸다.  그것은 서로의 몸에 문신과도 같은 그림을 그려내는 행위로 삶의 의미를 표현하는 것을 포함한다.  맨 땅위에 뒹굴며 놀고 잠을 자고, 벌레를 먹기도 하며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가족관계와 지금의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원시적 삶의 모습속에 분명한 것은, 그들에게는 지금 우리를 엃매고 있는 자본체제라는 것과 전혀 무관하고, 누군가가 이끌고 만들어 낸 사회구조라는 것도 없으며, 의학이 발달하지 않아 기생충에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그들에게는 모두에게 이로운 행복감과 만족감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시간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자연에 의지하며 삶을 만들어 온 이들에게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음이 분명한 행복함과 역시 자연스럽게 형성된 삶의 의미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도 중간에 이야기하였던 역사적으로 가장 인간적이었던 사회는 신석기 시대의 인류사회였다.  나의 이해로는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 형성되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설령 그것이 진실이라 할 지라도 지금의 세상에서는 실현불가능한 답이 될 수 밖에 없지만, 인간이 자연에 의해 자연스레 통제되고, 삶의 최소한의 노력으로 생명과 생활의 유지가 가능하며 많은 시간의 여유는 나름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역사적 시절..  가장 기초적인 질서 안에서 사회가 유지되는 그 시대의 모습은 적어도 우리가 우리를 파괴하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1900년대 초의 지구상에서 가장 울창한 원시림이자 문명사회와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인 아마존 안에서 유지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개인의 자유의지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의 사회가 급속도로 파괴된 원인은 외부의 인간들이 퍼뜨린 질병과 신문물이라는 점에서 발전이라 불리는 현대사회의 이기와 편리는 인간 스스로 인위적인 통제안에서 인간을 의존적으로 변질시키는것이 아닌가 생각케 한다. 




  저자는 기행을 통해 민족학과 인류학을 고민했는지는 몰라도 나는 그의 기행에서 인간의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유추하고 가늠케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리 쉽게 읽히지 않는다.  재미있게 읽기에는 너무 버겁다.  그리고 마지막 귀로의 장에서 그가 돌아본 이슬람과 불교의 문화는 남미의 원시부족의 모습과 어떤 연관이 있기에 내용에 넣었을까 하는 의문 역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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